타민족 무숙자들을 재활시키기 위해 시작한 재활센터가 이제는 거의 한인들로 차 있다. 주인이 집을 팔려고 내놓아 센터를 이전하기로 하고 한인타운에 집을 매입하기 위해 에스크로가 들어간 후부터 한인 무숙자들에게서 많은 연락이 오고 있다. 나 자신도 한인 무숙자가 그렇게 많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
다행한 것은 현재 센터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이 다운타운의 스키드 로우에 나가기 전에 센터를 찾아 왔다는 것이다. 한번 그 곳에 나가 무숙자 생활을 시작하면 헤어나기 힘들기 때문에 그 전에 재활을 도울 수 있는 센터가 필요하다. 현재 센터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 외에도 한인 무숙자가 20여명은 족히 될 것 같다.
우리가 특별히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한인 노인 무숙자들이다. 센터에 머물고 있는 한인 8명 가운데 6명이 60대 노인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 불법체류자들이다.
지난해 성탄절 폐암말기 환자로 찾아와 3개월을 머물다 소천한 최씨는 17년 전 가정불화로 가족을 떠나 홀로 살다가 병을 얻어 오갈 때 없는 신세로 전락하였다. 언론의 도움으로 가족과 연락되어 타주에 살고 있는 자녀들을 만났지만 홀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였다.
지난달에 입주한 박씨의 경우는 한국에서 건설업체를 운영하다가 IMF사태 때 부도가 나서 가족들과 헤어진 후 자살을 기도했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미국으로 건너와 정신착란 증세로 직장을 잃고 무숙자가 된 후 이웃의 소개로 센터에 들어왔다. 최씨와 박씨는 모두 60대 초반의 불법체류자이다.
얼마 전 센터로 모시고 온 60대 노인 두 사람은 한남체인 마켓 앞에서 한달 동안을 지냈는데 자신들이 무숙자인 것을 사람들이 몰랐다고 한다. 체면상 도와 달라고 할 수가 없었다는데 그중 한 사람은 한국의 가요계에서는 이름을 대면 다 알만한 사람으로 당뇨가 심해 다리를 절룩거렸다. 또 한 사람은 심장병을 얻어 고생을 하고 있는데 두 사람 역시 불법체류자이다.
이혼 후 정신적인 장애로 아파트에서 쫓겨나 센터로 온 60대 여성은 동생들이 셋이나 가까운 곳에 살고 있으나 모두들 외면하고 있다. 외국 남자와 이혼한 후 코리아타운으로 왔으나 직장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무숙자가 된 또 한 명의 여성은 2명의 자녀가 있으나 연락이 끊어진 상태이다. 역시 60대이다.
센터에 들어온 사람들의 공통점은 가족을 비롯해 모든 관계가 깨어진 사람들이다. 40대 남성과 50대 남성은 마약과 술 중독으로 가족과 헤어진 후 삶의 목표를 상실하고 거리로 나오게 되었다. 센터에 들어와 재활훈련을 열심히 받은 그들은 곧 직장을 잡아 센터를 떠나게 될 것이다.
나눔선교회 문제로 촉발된 재활센터의 문제가 이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기회에 한인사회와 교계가 여러 한인 재활센터들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한인 무숙자 재활기관 중 두 곳은 이미 재정난으로 문을 닫았다. 그러기까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한인사회의 수많은 교회와 단체들이 커뮤니티 봉사기관들에게 골고루 관심을 기울여 소외되는 곳이 없도록 배려해 주었으면 한다. 음지에서 일하는 봉사단체들은 정기적인 지원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고국을 떠나 머나먼 땅에 와서 홀로된 집 없는 노인들, 마약과 알콜에 중독되어 재활을 원하는 한인들 그리고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
김수철 목사·거리선교회 대표 (www.streetl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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