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천 대폭발 사건은 북한 정권이 대단히 다급한 상황에 처해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국민의 알 권리와 국익에 충실해야 할 언론이 독재체제에 적응하는 심리전적 기능과 조직으로 운영되고 통제되어 왔기 때문에 이번 사건 역시 인민을 심리전 대상으로 삼아 유언비어로 조작할 가능성이 농후할 것 같다.
현대 심리전은 이미 군사작전을 지원하는 단계를 넘어서 정치, 외교, 사상, 경제, 문화전 등으로 혼용 또는 병행 사용되고 있다. 또한 적국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자국 내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쓰이게 되었다. 즉 태업, 파업, 폭동 등을 조장하고 지배층에 대한 불신감을 일으켜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는 반면 총력전의 태세를 갖추어 적의 간접침략을 분쇄하고 국가발전에 크게 활용할 수도 있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라는 속담처럼 유언비어의 무서운 위력을 새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유언비어는 무의식적으로 발생하여 전파되는 경우와 의식적으로 어떤 목적 하에 조작되어 전파되는 경우가 있다. 심리전 유언비어는 후자에 속한다. 언론이 통제된 공산주의 국가나 전체주의 국가에서 보도는 없고 심리전만을 자행하여 왔음이 역사에 기록되어 있다.
예를 들어 1923년 9월 일본제국의 군국주의자들은 관동대지진이라는 천재지변을 이용하여 내무대신이 퍼뜨린 헛소문으로 인해 죽창, 칼, 목도, 낫 등으로 조선인 6,700여명을 살해하였다. 아울러 9만여명이 조선으로 탈출하는 일대소동이 야기되었지만 보도는 금지되었다. 이것은 강진으로 초토화된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조선인을 희생양으로 삼는 한편 군국주의자들의 정권 장악에 그 의도가 있었다.
이에 앞서 1928년 6월 일본제국의 군벌은 만주땅을 차지할 목적으로 만주 군벌 장작림을 봉천 교외에서 열차와 함께 폭살하는 만행을 저질러놓고 장개석의 북벌군이 저지른 소행이라며 대대적으로 선전하였다. 하지만 전세계는 곧 진상을 알게 되어 일본에 대한 적개심이 고조되면서 고립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미뤄볼 때 이번 대폭발 사건에 대한 북한 당국의 조치가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사건의 본질적인 수습은 물론 유언비어를 방지하지 못하거나 유언비어를 오히려 날조하고 조작한다면 북한 정권은 내부 붕괴로 자멸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즉 정부 대책에 대한 반항심, 군관민 이간 및 반목, 반정부 반체제 운동 격화, 집권층의 내부적 불화 및 불신, 인민의 대탈출 및 노동력 결핍, 자유세계 지원의 필연적 부작용 등으로 반란과 민중봉기가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적 이목이 폭발사건에 집중되어 있는 틈을 이용하여 핵무기에 대한 엉뚱한 짓을 꾸민다면 자유세계는 그들을 구조하지 않을 것이다.
생각하건대 북한 정권의 안전과 유지를 위해서는 다른 묘책이 없다. 오직 인민에게 진실성을 바탕으로 사실을 공개하여 공신력을 얻어야 하며 서방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겁먹지 말고 완전히 개방하여 협조와 지원을 구하는 길밖에 살아 남을 길이 없다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박종식/예비역 육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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