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 생이별 ‘엄마의 피눈물’
두 아이와 잡혔다 “한 명만 데리고 나가라”
울부짖는 6세딸 남겨두고 석방… 러 ‘충격’
인질범들이 접수한 학교에서 탈출한 한 여학생이 병원에서 묵주를 손에 쥔 채 치료를 받고 있다.

인질범으로부터 풀려난 어린이들이 갈증을 풀고 있다. 이들은 물을 주지 않아 오줌까지 마셨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한 귀퉁이에서 발생한 인질극이 지구촌 전체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1,200여명의 어린이들을 인질로 잡은 채 체첸으로부터 러시아군을 철수시키라는 요구를 내걸고 러시아 정부를 상대로 극한 무장대치극을 벌인 테러범들에게 분노에 찬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
끊임없는 테러와 전쟁으로 웬만한 대치극에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러시아인들도 이번에는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두 아이를 둔 ‘젊은 엄마’ 잘리나 잰다로바(27)의 시련을 전해들은 러시아인들은 인질범들의 잔인함에 치를 떨고 있다.
잰다로바는 3일 러시아군의 유혈 진압작전이 시작되기 하루 전에 석방된 행운의 인질 26명 중 한 명. 그러나 인질범은 그녀에게 함께 잡혀 있던 두 자녀 중에 한 명만을 선택해 데려가라고 명령했다. 한쪽에는 여섯 살짜리 딸 앨래나가 손을 움켜잡고 울고 있었고 두 살 된 아들 앨런은 아무 영문도 모르는 채 그녀의 품안에 안겨 있었다.
인질극은 순식간에 발생했다.
게릴라들이 학교를 습격한 1일은 개학 일로 앨래나는 1학년 첫 수업을 앞두고 있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줄을 서고 있을 때 기관총과 폭발물로 무장한 게릴라들이 갑자기 들이닥쳤다.
잰다로바는 자녀들과 함께 한 교실에 숨었으나 결국 붙잡혀 다른 인질들과 함께 모두 체육관으로 끌려갔다.
1,200명을 넘는 인질들이 모인 좁은 체육관은 아수라장이었다. 어머니들은 게릴라들이 식수를 제공하지 않아 자녀들에게 분유를 가루로 먹여야 했다. 체육관 창문들이 모두 깨져있었으나 앨런이 배가 고파서 울기 시작하자 게릴라들은 잰다로바를 옆방에 임시변통으로 마련된 유아실로 데려갔다.
여러 다른 어머니들과 아기들이 있었는데 체육관보다 약간 더 시원하고 물도 얻을 수 있었다. 유아실 인질들은 곧 더 기쁜 소식을 들었다. 곧 풀려날 것이라는 소식이었다. 그러나 조건은 자녀 중 한 명만 같이 데려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잰다로바가 선택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자 게릴라들은 “지금 가지 않으면 아예 가지 못한다”고 위협했다. 잰다로바는 게릴라들에게 눈물을 흘리며 빌었다. 앨래나도 울고 주위 인질들도 울었으나 테러범들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했다. 잰다로바는 당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할 수도 없었다”며 “그저 앨런을 움켜잡고 나왔다”고 눈물을 흘리며 회상했다. 딸이 뒤에서 울부짖으며 자기를 부르는 소리가 귓가에 쟁쟁하다며 그녀는 울고 또 울었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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