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대망’ 접고 ‘음악 대왕’을 향하여
세인트 메리스 칼리지 4학년 박민규 씨
3년여 전 어느 여름날, 오클랜드의 비숍 오다우드(Bishop O’dowd)고교 졸업식장에서는 진학생이 귀했던 그 옛날 졸업식에서나 보았던 광경이 빚어졌다. 눈시울을 적시고 심지어 흐느끼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우리들의 마지막 한해(Our Last Year).
떠나는 졸업생들, 보내는 재학생들과 교직원들, 그리고 옆으로 뒤로 들어찬 하객들(?)의 심금을 울린 것은 이 노래였다. 손수 노랫말을 짓고 멜로디를 엮은 노래를 자신의 기타반주에 맞춰 부르며 왁자지껄 졸업식장을 숙연하게 만든 그 앳된 소년 혹은 청년은 ‘메리 피(Matty P),’ 영어이름 매튜(Mathew)를 줄이고 성(Park)의 첫글자만 붙여 친구들이 굴린 발음으로 부르는 애칭이었다. 한국식 이름은 민규(사진).
어느덧 대학(세인트메리스칼리지) 4학년 스물한살 청년이 된 ‘메리 P’가 JYP오디션을 앞두고 더욱 깊은 음악바다에 파묻혀 있다. 노래와 악기(기타 피아노 드럼)와 댄스를 벗삼아 거의 온종일 씨름하고 자신이 주축이 돼 만든 5인조 밴드와 1주일에 2번씩 하는 연습도 절대 거르지 않는다. 그동안 틈틈이 자작곡한 노래만 10여곡, 개중 몇곡은 직접 CD로 구워 주변사람들에게 돌리기도 했다. 저녁식사를 마치기가 무섭게 집(알라메다) 근처 해변에 나가 시간가는 줄 모르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다 새벽 서너시가 돼야 어슬렁어슬렁 잠자리에 든 게 한두번이 아니다.
골프를 해야지 음악은 무슨…
마흔 넘어 낳은 늦둥이 아들이 대학에 들어간 뒤 음악을 하겠다고 할 때마다 아버지 박희덕(67)씨와 어머니 박영희(64)씨는 펄펄 뛰었다. 그럴 만했다. 4살때부터 골프채를 잡은 민규는 금방 두각을 나타내 미국대회는 물론 각종 국제대회에서 수많은 트로피를 챙겨왔고 유소년 신기록을 숱하게 갈아치웠다. PGA투어의 ‘뜨는 별’ 나상욱(케빈 나) LPGA의 ‘뉴스타’ 김초롱(크리스티나 김) 등이 그의 골프친구들이다. 고교졸업식 때 홀로 받은 최고체육상도, 4년 전액장학생 대학진학도 모두 골프 덕분이었다.
그러나 골프보다 음악이 더 좋은 걸 어떡하느냐고, 대학에 들어가면 뭐든지 하라고 하지 않으셨냐고, 우기고 따지는 아들의 시위에 부모는 2년만에 두손을 들었다. 3학년때부터 골프장학금까지 포기한 채. 아버지 박씨는 지난 10일 오후 아들을 대신해 오디션 참가신청서를 제출한 뒤 골프에 그렇게 미쳤으면 지금 프로에서도…라고 아쉬운 입맛을 다시면서도 누가 뭐래도 자기 좋은 거 해야지, 기왕 하는 거 잘해야지라며 껄껄 웃었다.
골프스타의 꿈을 접고 음악세계 대왕을 꿈꾸는 ‘Matty P’는 이번 오디션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윤도현 밴드의 사랑할거야를 부른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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