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캐너, 칼러 프린터의 가격이 싸지고 인쇄용 소프트웨어 사용하기, 인터넷을 통해 익명으로 배포하기도 쉬워지면서 스포츠 게임이나 연주회에 가짜 입장권이 늘고 있다.
입장권을 받는 쪽에서는 바코드 스캐너를 가지고 위조 티켓을 가려낸다.
리차드 폭스(오른쪽)가 아리조나주 피닉스의 아메리카 웨스트 아리나에서 열린 체조대회에서 바코드 스캐너로 입장권을 검사하고 있다.
스캐너·컬러 프린터 보급따라 급증
바코드 스캔 등 위조여부 판별 한계
항공권같은 e티켓·보안장치 고안 분주
월드 시리즈 같은 큰 게임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학 스포츠 행사나 NFL 프리시즌 게임 같은 작은 행사에서도 가짜 입장권이 나돌아 바코드나 어둠 속에서 빛나는 이미지 같은 안전장치까지 동원했는데도 가짜가 계속 기승을 부리자 몇개 팀은 항공사들이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전자티킷 시스템을 시험하고 있을 정도다.
지난달 사우스캐럴라이나 대학의 스테이디엄에서는 조지아 대학과의 풋볼 경기 입장객중 같은 좌석 번호를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아 150장의 가짜 입장권을 찾아냈다. NFL의 캐럴라이나 팬더스도 올해 홈 오픈 경기에서 165장의 가짜 티켓을 압수했다. NFL의 최우수 팀중 하나로 최신 경기장까지 갖춘 팔라델피아 이글스의 게임 티켓은 언제나 인기인데 지난달 이글스와 뉴욕 자이언츠의 홈 오프닝 경기에서는 300명이 가짜인줄 모르고 산 입장권을 갖고 있었다. 바로 다음주에 열린 미네소타 바이킹스와의 경기에서도 150장의 가짜 티켓이 압수됐다.
“경기 시작 직전에 거리에서 산 티켓은 도둑맞았거나 위조된 티켓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 NFL 조사국장 래리 스위니는 “특히 플레이오프나 수퍼보울의 경우, 팔 수 있는 진짜 티켓은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글스와 팬더스는 정문에서 휴대용 바코드 리더로 입장권에 찍힌 코드를 스캔하기 때문에 가짜 티켓을 찾아 냈다. 10년전쯤 나온 이 기계는 이제 대부분의 프로 스포츠 경기장에서 사용되고 있는데 원리는 간단하다. 입장권에는 저마다 다른 코드가 찍혀 있으므로 한번 입구에서 읽힌 것과 똑같은 코드가 찍힌 티켓을 가지고 입장하려는 사람들은 수상한 것이다. 아울러 이 기계는 위조된 코드는 읽기를 거부한다.
티킷매스터스는 1994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구장인 제이콥스 필드 개막 게임부터 입장권에 바코드를 찍기 시작했는데 이 코드 덕분에 많은 가짜 티켓을 잡아 낼 수 있었다. 티킷매스터스는 또 티켓을 PDF 파일로 보내 고객이 잉크젯 프린터로 찍어 가지고 와 입구에서 제시하게 한다. 2000년 10월에 시작된 이 ‘티킷패스트’ 서비스를 이용해 판매된 입장권은 1,700여만장으로 1,400개 이상의 경기장에서 사용됐다.
그러나 바코드가 찍혔다고 다 안심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바코드를 스캔하는 경기장에 입장한 사람들이 가진 티켓이 다 진짜라는 보장은 없다. 입장권 인쇄회사에 따르면 어떤 경기장은 좌석의 섹션과 줄, 번호들로 바코드 숫자를 정하기 때문에 위조범이 조금 머리를 쓰면 금방 가짜 티켓에 진짜 바코드를 찍어 넣을 수 있다. 가짜 입장권에 찍힌 바코드가 맞는 것이면 입장권이 진짜건 가짜건 먼저 들어가서 앉는 사람이 좌석의 임자가 되는 것이다. 이는 뉴욕 메츠, 워싱턴 레드스킨스, 디트로이트 라이온스의 입장권을 찍는 ‘글로브 티킷 앤드 레이블’의 사장 밥 풀리오도 “정확한 바코드를 카피하는 일은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할 정도다.
가짜 입장권 문제는 전부터 있어왔지만 요즘은 고급 칼러 복사기와 프린터로 가짜가 꼭 진짜 같아 보여 매표소에서 사지 못했거나, 매진된 행사에 마지막 순간에 입장하려는 손님들이 진짜로 착각하기 딱 알맞아 문제가 되고 있다. 위조범들은 진짜 티켓을 칼러 카피하거나, 그 경기장에서 사용한 티켓을 변조하거나, 아예 새로 만들어 내기도 한다.
진짜 티켓을 파는 암표상이나 입장권 위조범들은 물론 수요가 큰 곳만 찾는다. 따라서 모든 경기장에 다 가짜 티켓이 나도는 것은 아니다. 현재 가장 위조범들에게 인기있는 종목은 프로 풋볼이다. NHL, NBA나 메이저 리그 베이스볼은 정규 시즌 게임이 워낙 많다보니 플레이오프 때나 돼야 가짜 티켓이 나돌지만 NFL은 게임 숫자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보스턴 경찰은 지난 주 펜웨이 팍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1, 2차전때 1천달러까지 주고 산 가짜 티켓 여러장이 바코드 때문에 정문에서 적발됐다고 밝혔다.
티킷매스터의 데이빗 골드버그 부사장은 궁극적으로는 스포츠 경기 입장권도 항공사들처럼 경기장 바깥에서 크레딧 카드로 구입하거나 경기 시작 24시간 이내에 웹사이트를 통해 구입하는e 티킷쪽으로 옮겨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아틀랜타 브레이브스가 이번 시즌이 거의 끝날 때 쯤 그 시스템을 시험했다.
아울러 티켓 제조업자들은 위조 방지를 위한 보안 장치 강화법을 찾고 있다. 지난 시즌 수퍼보울 입장권에는 휴스턴 시의 이미지가 어둠 속에서만 나타나도록 발광성 종이 위에 인쇄됐다. 아울러 경기장 매니저들은 암표상이나 위조범들이 기웃거리는 소위 ‘세컨드 마켓’을 봉쇄하고 있다. 어떤 팀은 시즌 티켓 소지자들이 관람하지 못하는 게임 티켓을 팀 웹사이트에서 액면가로 판매하게 하며, stubhub.com 같은 사이트는 사용하지 않은 티켓의 온라인 거래처를 제공한다. 티킷매스터도 일부 행사의 프리미엄 좌석에 대한 온라인 경매를 실시하고 있다. 암표상들이 e베이나 craigslist.org를 통해 활약하는 요즘 어떤 행사건 입장권을 구하려는 사람들은 더이상 경기장이나 티킷매스터스 매표소 앞에 줄을 서지 않는다. 이제 전세계의 관객들이 단 몇장 남은 입장권을 구하기 위해 모이는 곳은 인터넷이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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