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비 급증… 증류주 중 26% 점유
30달러짜리 ‘그레이 구스’인기 “칵테일이 묘미”
보드카가 인기다. 2003년에 미국에서 팔린 모든 증류주중 보드카의 몫은 26.6%로 1998년의 24.2%보다 증가했으며 한병에 30달러가 넘는 고급 브랜드의 2003년도 매출은 전년대비 21%가 증가했다.
업자들이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 않지만 고급 보드카에서 이윤이 많이 남는 것은 분명하다. 프랑스제 보드카 ‘그레이 구스’를 보유하고 있는 ‘바카르디’의 부사장이자 마케팅 디렉터인 몽셀 다르빌은 “비싼 보드카는 마진이 더 크다”고 말하는데 고객들 중에는 고급 보드카를 마시면 다음날 숙취가 덜하기 때문에 위스키 대신 바꿔 마신다는 사람들도 많다.
고급 보드카 시장은 ‘앱솔루트’가 홀로 정상에 군림했던 15년전만 해도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한병에 20달러짜리 앱솔루트는 중급에 불과하다. 현재 가장 잘 팔리는 고급 보드카는 병에 30달러인 ‘그레이 구스’다. 원래 시드니 프랭크 임포팅 소유였던 이 브랜드는 지난 8월 바카르디에 20억달러에 팔렸다.
음료시험연구소 소장 제럴드 오케너드에 따르면 새로운 보드카 브랜드는 계속 나오고 있어 서로 차별화에 고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위보로와 싱글 에스테이트’는 저명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한 병에 담겨 팔린다. 앱솔루트가 새로 내놓은 고급 브랜드인 ‘레블’의 잡지 광고를 보면 증류 방법 두가지를 선전하고 있는데 그것이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는 언급되지 않고 있다. 프랑스제 보드카 ‘시로크’는 다른 보드카들처럼 감자나 호밀, 보리가 아니라 포도로 만들어진다.
고가 주류는 대체로 남는 장사로 2002년부터 2003년 사이에 전체 증류주 시장은 3.9% 성장했지만 고급 브랜드의 성장률은 11.1%나 됐다.
마케터들은 보드카가 아무 것과 섞어도 잘 어울리는 융통성있는 술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싶어한다. 보드카는 기본적으로 아무 맛이 없는 알코홀이다. 연방규정집도 보드카는 특별한 성질이나 향기, 맛, 색깔이 없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래서 특별히 엄선한 보리로 만들었다거나, 특정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호밀, 특별한 증류과정이나 용수들을 선전하기도 한다. ‘위보로와 싱글 에스테이트’를 예로 들자면 모든 재료가 폴란드의 동일한 농장에서 나온 것이다. 호밀은 물론 용수도 그 농장의 우물물이다.
사실 보드카에 가장 특징을 부여하는 것은 기본 재료다. 감자로 만든 보드카는 부드럽고, 보리로 만든 것은 달고, 호밀로 만든 것은 매운 맛이 난다. 그렇지만 보드카를 그냥 마시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보드카 전문 바에서조차 메뉴를 보면 마티니 잔에 담아주는 칵테일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서너가지 다른 재료가 들어가고 얼음까지 넣고나면 보드카의 비중은 덜해지기 마련이다. 그래도 칵테일에 더 비싼 보드카를 넣을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점점 늘어만 가고 있다.
보드카는 사실 실온에서 마시는 술이다. 차게 얼음 위에 부어 마시면 맛이 덜해진다.잔에 따른 후 5분 정도 기다린 다음 우선 냄새를 맡고, 혀에서 굴려 삼킨 후에는 뒷맛에 유의하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음료시험연구소의 술맛 검사 결과는 www.tastings.com에서 볼 수 있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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