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한국 음식문화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타민족 음식 경연대회’ 참가 선수들이 요리를 만들고 있다. 금상을 차지한 애니 말라감바(맨 왼쪽)팀과 은상을 차지한 티베트(맨 오른쪽)팀.
‘제1회 한국음식문화 축제’성황
LA농업무역관(관장 홍주식)과 LA한국문화원(원장 전영재)은 지난 10월29일∼30일 문화원 광장에서 ‘제1회 한국음식문화 축제’를 개최했다. 한국요리 시연, 한국문화 홍보, 타민족 한국요리 경연 대회 등이 진행된 이 행사에는 연인원 200여명이 참석했다. 홍보부족이 아쉬웠지만, 타민족 참석자들은 한국요리와 문화를 배우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첫날: 김치 및 김치퓨전요리 시연·시식
첫날 행사는 개회식과 함께 경쾌한 사물놀이 공연으로 시작됐다. 전영재 문화원장은 “우리 음식은 맛과 영양이 우수한데 외국사람들에게 덜 알려져 있다”며 “한인타운 식당도 타민족 손님 유치에 힘쓸 때”라고 말했다.
이 날 메인 행사는 캘리포니아 프리미어 요리학교 제인 장 원장의 한국요리 시연. 장 원장은 김치와 불고기 등 전통요리 외에 김치 고로케, 김치전 등 각종 퓨전요리를 선보였다. 일부 참석자들은 무대에 올라 직접 요리를 배우기도 했다.
일본계 브라질인 시게오 고바시카와는 “한국요리를 만드는 것을 직접 보니 참 많은 정성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출장 중에 행사장을 찾았다는 김문성씨는 “미국에서 외국인들이 한국요리와 우리 전통문화를 즐기는 것을 보니 참 신기하고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첫날 행사는 주최측에서 마련한 갈비와 김치를 참석자들이 함께 나누는 순서로 끝났다.
▲둘째날: 타민족 한국요리 콘테스트
14명의 타민족 참가자가 갈비·김치·김치 퓨전요리로 저마다의 솜씨를 뽐냈다. 현직 요리사와 요리기자, 요리학원 강사 등 전문가 외에 초등학교 교사, 대학교 직원, 재정 전문가, 작가, 학생 등 다양한 직업 종사자가 참가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딱 하나. 한국요리에 관심이 많다는 것. 필리핀계 미국인으로 요리학교에 재학중인 애니 말라감바는 “한식을 좋아하는데, 한식과 필리핀 전통음식을 합치면 근사할 것 같아 대회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애니는 이 날 금상을 받았다.
다양한 인종의 참가자들은 김치 에그롤, 김치볶음밥, 김치 퀘사디아, 김치 새우 우동, 김치 오물렛, 제육볶음, 김치피자, 김치 크랩 케익, 김치 젤리 등 다양한 퓨전 요리를 선보였다. 요리전문가 제인 장씨는 “한식을 배우려는 열정이 크고, 깜짝 놀랄만한 창조적인 요리도 많았다”며 “한국음식문화의 미래가 밝은 것 같다”고 말했다.
농업무역관 홍주식 관장은 “한국 음식문화가 알려지면, 그만큼 한국 농수산물의 수출도 늘어날 것”이라며 “앞으로 매년 행사를 개최해 주류사회에 한식을 알리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메뉴판 영어 설명등 타민족 배려 아쉬워”
‘시티 베스트’지 음식담당기자 리차드 포스
주간지 시티 베스트의 음식담당 기자로 이번 대회에 참석한 리차드 포스는 한국 음식이 대중화하기 위해서는 “타민족과 외국인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프리랜서 기자로 10년 전부터 각종 매체에 한국 음식문화와 LA지역 한식당을 소개해 온 포스 기자는 “음식은 문화를 전달하는 첨병이며 그 문화를 전파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이질문화를 수용할 때 음식과 음악을 접한 뒤 전체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다”며 “이탈리아와 중국요리가 미국에 소개되고 100년이 지나서야 주류사회가 두 나라 문화에 관심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포스 기자는 한식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한국문화를 처음 접하는 타민족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처음 한식당에 가면 반찬이 많이 나오는데 어떤 재료로 반찬을 만드는 지 설명이 전혀 없다. 미국 사람들은 앨러지 등에 대비해 원료를 알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요리에 대한 영어 설명이 없는 메뉴판의 빠른 시정도 제안했다.
강한 향신료는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타이 음식도 향료가 강하지만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며 “한식은 퓨전을 지향하는 것보다는 한국 전통의 맛과 문화를 전달하는 게 보다 효과적”이라고 충고했다.
김치 퀘사디아·젤리 만들어 독창성 뽐내
외국인 요리 경연대회 대상 교코 이와시타
“한국 요리의 깊이를 배웠습니다.”
이번 외국인 요리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일본인 교코 이와시타는 “김치에 이렇게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는 지 몰랐다. 김치에는 기무치와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LA무역기술대학에서 제빵 강의를 듣고 있는 이와시타는 김치 퀘사디아와 김치 젤리라는 독창적인 요리를 선보여 대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일본에서 작은 빵집을 운영했던 그녀는 졸업 후 작은 빵집을 다시 운영하는 게 꿈.
그녀는 “부족한 점이 많은데 큰 상을 준 한인 사회에 감사한다”며 “아직 한식을 많이 만들지는 못하지만, 한인마켓을 자주 이용해 한식을 좋아하고 친근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대상 수상으로 한국식당에서 스카웃 제의가 들어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그럴 리는 없겠지만 정중히 사양하겠다”며 크게 웃었다.
“모든 음식에 잘 어울리는 김치가 최고”
요리 시연 지켜본 필리스 반더벨드
베벌리힐스에 살고 있는 필리스 반더벨드는 지역 신문에 난 기사를 읽고 호기심에 축제장을 찾았다. 한국요리 시연을 열심히 지켜 본 그녀는 이번 한국음식 문화 축제를 통해 한국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은퇴 전 뉴욕에서 살았던 반더벨드는 맨해턴의 한식당에 대한 추억을 이렇게 이야기했다. “처음 한식당에 갔을 때 시키지도 않은 반찬을 계속 내 와서 깜짝 놀랐다. 모든 음식에 어울리는 김치를 가장 좋아한다.”
주최측에서 제공한 갈비와 김치를 맛있게 먹던 그녀는 LA에 온 뒤 한식당에 한번도 못 갔는데 좋은 식당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한 뒤 “더 늦기 전에 한국에도 한 번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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