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트리에 관한 한 세상에는 두가지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진짜 나무가 아닌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는 사람, 가짜의 편리함에 맛을 들인 사람인데, 현재 가짜 편이 급속히 늘고 있다. 1990년에는 미국 가구중 절반은 진짜, 반은 가짜를 사용했지만 작년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운 가구의 70% 이상이 인조 나무를 선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값 싸고 편리한데다
구별못할만큼 외양 개선
최근 구입자 70%가 선택
은색·아쿠아·핑크색 등
개성 과시 제품도 인기
왜 인조 크리스마스 트리가 잘 팔리고 있는 것일까? 가격 싸고 편리한데다 최근에는 설치와 철거가 더 용이해지고 진짜를 꼭 빼닮도록 외양이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업계 소식통들은 5년전 장식 전등까지 달려있는 인조 크리스마스 트리가 시장에 나오기 시작한 이후 봇물 터지듯 가짜 트리 판매가 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베이비 붐 세대도, 그 자녀들도 나이를 먹어 가면서 생나무를 사서, 집안에 들여 와, 낑낑 거리며 세워 놓은 다음, 전등의 얽힌 줄을 풀어 가며 장식을 하고, 잊지 않고 물을 주는 번거로움 대신 간단함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그러나 인조도 진짜와 구별이 안될 정도인 외관과 함께 구조도 개선됐기 때문에 가짜라면 돌아보지도 않던 이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것도 사실인데 요즘 날개 돋힌듯 팔리는 인조 트리중에는 은색, 흰색, 아쿠아, 마젠타, 라임그린, 핑크등 자랑스럽게 가짜임을 과시하는 것들이 많다.
진짜 같건 아니건 간에 요즘 인조 크리스마스 트리는 동네 모퉁이 드럭스토어부터 대형 할인매장, 최고급 전문점까지 팔지 않는 곳이 없다. 마사 스튜어트의 ‘캐털로그 포 리빙’은 3과 5피트짜리 반짝이는 핑크와 녹색 인조 트리(원래 정가는 각각 398달러, 698달러였지만 현재는 각각 69, 89달러에 팔리고 있다), 흰색 거위털 트리(여전히 398, 698달러)를 팔고 있고, ‘타겟’에서 장식등까지 달아 놓은 7피트반짜리 날씬한 소나무형 인조 트리가 99달러99센트다.
워싱턴 DC의 ‘헥츠’는 5년전부터 인조 크리스마스 트리를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지난 3~4년간 매출이 두자리수로 증가해왔고, 올해 핑크색 트리는 추수감사절 무렵에 품절됐다. 현재 베스트 셀러는 2,089개의 가지와 1,400개의 전구가 달린 9피트 짜리로 349달러99센트.
고급 소비자를 겨냥한 캐털로그 ‘프론트게이트’에 인조 트리가 등장한 것은 2000년. 장식등까지 달린 것으로 295달러였는데 요즘은 하도 종류가 많아져 인조트리들로 숲을 이루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호화로운 ‘내추럴 시리즈’는 버지니아 소나무, 프레이저 전나무등 특정 수종을 본딴 것으로 나무 냄새가 나는 솔방울까지 가지에 달려 있다. 1,900개의 전등이 달린 12피트짜리 전나무 가격이 1,295달러다.
이 회사의 구매담당자인 에릭 설리번은 “내추럴 시리즈는 가짜 같아 보이기 때문에 인조 트리 구입을 망서리는 소비자들을 위해 만든 것으로 진짜 나무의 가지 형성, 성장 패턴및 노쇠 과정을 연구했고, 진짜 바늘을 사용해 색깔을 맞췄습니다. 장식등도 나무 마다 다르게 맞춤으로 달았죠”라고 들인 정성을 밝힌다. 그 결과 구멍도, 죽은 가지도 없고 색깔도 한결같아 차츰 크리스마스 장식이 앞당겨지는 요즘 핼로윈 때부터 꺼내 놓아도 손색이 없게 됐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밖에 화재 위험, 천식등 건강 문제 때문에도 인조 트리를 찾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비용이다. 일반 소매매장에서 20달러 미만으로 장만해 두고두고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인조 트리는 예전부터 있어왔지만 요즘처럼 생활속에 파고 들기는 처음이라 긴장한 것은 트리 재배업자들이다. 지난 4년간 진짜 트리의 매출은 꾸준히 하강, 2000년에 3,200만그루가 팔리던 것이 작년에는 2,400만그루로 줄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동안 북부 주의 소규모 트리 농장들이 많이 문을 닫았기 때문에 오리건이나 노스캐럴라이나주의 대규모 재배업자들은 여전히 장사가 잘 되고 있고 전국크리스마스트리협회(www. christmastree.org)는 올해는 100만그루 정도가 더 많이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래도 시장점유율의 하락은 사실이라 그 회복을 위해 협회는 PR과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재배업자들이 나무 한 그루당 12센트씩 기증하여 고용한 전문가들이 내놓은 전략은 아이들을 타겟으로 삼는 것. 아이들이야말로 생나무를 사는 전통을 언젠가 되살릴 수 있는 주역이기 때문이다. 현재 상영중인 탐 행크스의 영화 ‘폴라 익스프레스’ 입장권의 남은 반쪽을 지참한 사람들에게 나무 가격을 할인해 주는 것은 그 때문이다. 아울러 장학금과 무료 여행을 상으로 제공하는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 경연대회도 연다.
협회는 또 연방농무성의 자금 지원까지 확보해놓고 브랜드 크리스마스 트리를 출시할 방안도 연구중이다. 이미 오리건주 오로라의 조 샤프라는 재배업자는 ‘오리건스 노블 빈티지’(www.oregonsnoblevintage.com) 브랜드의 디자이너 트리를 팔기 시작했다. 이 고가의 전나무는 씨앗일 때부터 따로 키워 냉장 트럭으로 운송하기 때문에 외관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수명도 오래 간다.
협회는 할러데이 시즌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사는 일, 특히 농장에 찾아가서 골라 직접 베어가지고 오는 일을 미국인들에게 오락이자 전통으로 각인시키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는 한편 웹페이지에는 진짜 트리 구입의 온갖 장점을 홍보하고 있기도 하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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