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미티드’에 ‘리비지티드’‘얼티밋 컬렉션’까지
여러 버전 찍어내는 ‘더블 디핑’상술
광적인 영화팬들 늘어나 판매량 짭짤
동생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달라는 것이 영화 ‘더 메이트릭스’의 DVD라 간단히 생각하고 아마존 닷 캄에서 ‘더 메이트릭스’를 서치하면 갑자기 일이 간단치 않아진다. ‘더 메이트릭스’는 물론 있지만 ‘더 메이트릭스: 플래티넘 리미티드 에디션 컬렉터스 셋’에 ‘더 메이트릭스 리비지티드’ ‘디 얼티밋 메이트릭스 컬렉션’까지 화면에 뜬다. 거기서 끝나는게 아니다. 화면 저 아래 ‘디 얼티밋 메이트릭스 컬렉션 리미티드 에디션 컬렉터스 셋’이라는 것도 있다. 10장의 디스크에 80페이지짜리 소책자, 키아누 리브스의 소형 흉상까지 넣어 129달러92센트를 붙여 놓았다.
‘더 메이트릭스’를 사려다가 ‘메이트릭스’에 빠져버린 기분은 올해 많은 샤핑객들이 함께 느끼는 일이다. 같은 영화를 여러가지 버전으로 디스크에 담아 내는, DVD 업계 용어로 ‘더블 디핑’은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2004년의 전반에만 66억달러일 정도로 미국 소비자들의 DVD 구매량이 늘어난 최근 몇년간 부쩍 심해졌다.
‘헬보이’는 지난 7월에 2장의 DVD로 스페셜 에디션이 나온지 3개월만에 또 디렉터스 컷이라고 3장짜리가 나왔다. 작년에 ‘파이어리츠 오브 더 카리비언’도 2장으로 나온지 몇주만에 3장의 스페셜 에디션으로 다시 나왔다. 월트 디즈니 클래식 ‘매리 포핀스’도 최근 세번째 나왔다. 이번에는 40주년 기념판이라고 미공개 장면들이 삽입됐다. ‘반지의 제왕’ 역시 지난 5월에 정규판이 나왔지만 다시 ‘플래티넘 시리즈 스페셜 익스텐디드 에디션’이 새로 나와 있다.
DVD 뿐만이 아니다. 레코드 회사들도 CD를 여러번 낸다. 어떤 것은 뮤직 DVD까지 끼워 넣는다. 출판업계도 마찬가지. 베스트셀러 소설 ‘다 빈치 코드’도 할러데이 시즌에 맞춰 삽화를 넣은 스페셜 에디션을 내놓았고, 이제는 잊혀져가고 있는 VHS 테입까지도 같은 영화를 내고 또 내놓는다.
제작사들은 제작과정이나 감독의 코멘트 같은 보너스 내용들은 처음 DVD 발매일까지 미처 완성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실질적인 이유를 대지만 DVD를 여러번 발매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물론 돈 때문이다. 소비자들에게 더 새롭고 풍부해진 내용을 제공한다면서 이익을 챙기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제작사들은 첫 DVD 발매 때 더 많은 돈을 번다. 아카데미 수상작인 ‘반지의 제왕’의 경우 아직 DVD로 나오기 전부터 더블 디핑 계획을 발표했었다.우선 영화관에서 상영된 그대로에 약간의 보너스 내용을 넣은 2장짜리를 내고, 몇달 지나 영화관에는 올리지 않았던 부분을 포함해 더 길어진 영화에 새로운 내용을 더 곁들여 10달러를 더 비싸게 받을 4장짜리를 내겠다고 했던 것. 그 결과 처음 나온 것은 1,170만개가 팔렸지만 나중 것은 430만개가 팔렸다. 뉴라인 홈엔터테인먼트 부사장 맷 라소다에 따르면 초판과 증보판의 판매 비율은 보통 7대3이다. 그저 빨리 영화만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지만 어떤 영화에 관한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고 싶은 진짜 하드코어 팬들이 존재하는한 같은 DVD를 내고 또 내고, 사고 또 사는 패턴은 계속될 전망이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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