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소매체인 줄도산·수입품 홍수에 악전고투
올해는 다운타운의 한인 의류·봉제·섬유 업계에 사상 최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 의류업계 경기가 급속히 냉각됐고, 섬유업체들의 도산이 속출하는 등 시련이 있었으나 올 봄 미 경기의 청신호를 업고 반등을 기대하던 업체들은 ‘이보다 더 나쁠 순 없는’ 수준까지 경험했다.
소위 남미 및 텍사스, 애리조나 등 국경장사를 대상으로 하는 ‘자바’와 주류 메이저 시장을 상대하는 ‘매뉴팩처러’ 중 주류경기를 타고 꾸준히 픽업된 매뉴팩처러와 달리 자바는 악전고투에 가까웠다.
다운타운의 상업용 부동산 회사 ‘매직 프로퍼티’의 브라이언트 정 사장은 “장사는 부진해 자금이 돌지 않고 부동산은 오를 대로 올라 건물 찾기도 쉽지 않다는 업주들이 적잖았다”며 “월 7,000달러 이상 렌트 내기가 버거워 홈에퀴티를 빼서 운영자금으로 쓰는 업체들도 있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올 한해 다운타운을 그늘지게 한 이슈들을 정리해 봤다.
▲잇단 대형소매업체 파산: 올 상반기 의류업계는 파산 후유증의 연속이었다. 팩토리2유, 겟죽스, 원 프라이스 클로딩, 웨더베인 등 주류 체인에 이어 한인업체인 ‘V제너레이션’마저 890만 달러의 채무를 지고 파산, 납품대금을 받지 못한 업주들의 주름살이 깊어졌으며 V제너레이션에 수십만 달러를 물린 중견업체 C사, G사 등의 한인 도매업체 2곳은 결국 문을 닫기도 했다.
한인업체들의 피해가 잇따르자 팩토링 등 금융권은 도매업자들이 거래업체의 재무제표를 확인할 것을 경고했고, 채권자들은 부실구좌를 허용하는 한인은행의 신용불감증을 강력 비판했다.
▲수입품 급증, 로컬 생산 감소: 지난 2월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공식 경고한 의류 및 섬유 쿼타 폐지의 부담이 본격 가시화됐다. 특히 수입품이 크게 늘고 로컬 생산이 줄면서 봉제 및 섬유업계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봉제업계는 지난 가을 예년보다 물량이 60∼70% 급감, 일감이 없어 종업원을 내보내는 상황으로 치달았으며 업체 규모를 줄이다 못해 전업 또는 문을 닫는 곳도 속출했다.
봉제협회 관계자는 “1만여 개에 달하던 연말선물 주문이 올해는 3분의 2에 그쳤다”며 “회원사들을 방문했다가 부부가 넋 놓고 앉아 있는 곳이 많아 말도 꺼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섬유협회의 정유진 실장도 “회원사들 사정이 너무 안 좋아 협회 활동이 어려울 정도”라며 “폐업은 물론 이불 등 잡화 수입으로 전업하는 업체들이 급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의류도매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 G 여성의류업체 업주 이모씨는 “타주 손님들이 한 달씩 구매를 건너뛰는 등 트래픽 자체가 크게 줄어 지난해보다도 매출이 적었다”고 말했다.
▲AB633 갈등: 종업원이 노동법 위반 명목으로 업주를 주 노동청에 고발하는 사례가 급증, 업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특히 원청업체 연대책임법인 AB633으로 인한 피해가 늘자 한인의류협회는 AB633 특별부서를 신설해 대처에 나섰으며 주류 소매업계도 크게 반발, 일년 내내 의류업계를 달구었다.
현재까지 기록된 주 노동청 자료에 따르면 2004년 1∼4월까지 4개월간 고발된 AB633 케이스는 1,190건으로 지난해 12개월 동안 접수된 2,479건보다 크게 증가했다. 지난 6월에는 한인 봉제업체의 종업원 24명이 2년간 임금을 전혀 받지 못했다며 봉제 업주를 고발, 40여만달러를 요구해 해당 봉제업체는 파산하고 7개 한인 의류업체 등 이 회사와 거래한 13개 원청업체가 각각 2∼3만달러를 지불·합의하는 등 AB633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가격경쟁·C+ 사건 여파: 의류업체가 너무 많다는 목소리도 높다. 다운타운이 호경기를 구가하던 시절 부쩍 늘어난 한인업체는 현재 800∼1,000여 개를 헤아리고 있으나, 시장다변화보다는 가격경쟁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최근 몇 년간 미 경기가 부진하면서 업소 과밀 현상은 단가싸움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한 업주는 “에넥스 이후 12가·크로커, LA 패션센터 등 상권개발로 이동한 업체를 빼고도 몇 년 새 300∼400개 업체가 더 늘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월 터진 C+ 투자사기사건도 말에 말을 낳으면서 다운타운 경기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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