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 캠페인 상술’ 먹혀든다
‘ABC 카펫 & 홈’은 이번 크리스마스에 처음으로 물소를 팔고 있다. 한 마리에 135달러로 캄보디아의 작은 마을로 배달된다. ‘갭’은 20달러짜리 테디 베어를 판다. 그 20달러는 북미주의 가난한 소년소녀들에게 외투를 마련해주는데 쓰인다. ‘나이키’’빌드 어 베어 웍샵’’디스커버리 채널’ 매장은 암연구 자금지원을 위한 랜스 암스트롱의 1달러짜리 ‘리브 스트롱’ 팔찌를 팔고 있다. 이 팔찌는 자주 매진돼서 수천명의 청소년들이 e베이에서 5달러씩에 사고 있다.
뉴욕의 ‘아메리칸 이글 아웃피터스’에서 샤핑하던 말라이카 앨리녜가 ‘그레이트 기프츠’ 팔찌를 살펴보고 있다.
소매점들 매출부진 타개책으로 활용
아프리카 등지에 옷·의료비 지원등 내걸어
소비자들 감성 자극... 모금액 짭짤
올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유달리 자선 캠페인을 펼치는 소매점들이 많다. 이 계절 할러데이의 기쁨을 덜 유복한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면서 약세인 매출 또한 끌어올리는 방안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고객들을 자사가 전부터 후원해 왔거나, 올 시즌에 처음 만들어낸 자선사업에 끌어들이는 전국 소매체인이 이렇게 많아진 것은 우연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그 숫자는 200년에 비해 3배나 늘었다고 소매 컨설팅사를 운영하는 크레이그 존슨은 말한다.
올해는 소매점들이 내세우는 구호부터가 다른 해와 다르다. 작년에 “가지세요, 주세요”였던 ‘갭’은 올해 “따듯함을 나누세요”라고 하고 있고, 모터사이클 회사 ‘할리-데이빗슨’의 구호조차 부드러워져 ‘베푸는 계절’이 됐다.
아이들은 1달러짜리 팔찌를 사 자선도 하고 멋도 부린다. 랜스 암스트롱 재단에 따르면 현재 1주일에 15만개씩 팔리고 있는 팔찌 덕분에 지난 5월부터 모금한 금액이 과거 3~4년간 모금한 돈을 다 합한 것보다 더 많아졌다.
‘브룩스 브라더스’는 12월초 전국 매장의 이틀 판매 수익의 2%에 해당하는 5만달러를 ‘메이크 어 위시’ 재단에 보냈다. 계열사인 ‘캐주얼 코너‘도 마찬가지로 했다. ‘메이 백화점’은 디즈니와 합동으로 ‘마일스톤 미치’ 봉제 인형을 팔아 개당 1달러씩을 세인즈 주드 어린이 연구소에 보내고 있다. 블루밍데일 백화점은 ‘오페라의 유령’ 티셔츠를 팔아 수익금의 5%를 브로드웨이 관계자들의 AIDS 치료 및 퇴치 기금으로 보낸다.
자선 마케팅을 새로운 상술이라고 냉소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다. 일부 전문가들도 이제 광고나 판촉 같은 구식 판매기법이 더 이상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상인들이 새로 마련한 자선 마케팅은 타 상점과의 차별화뿐만 아니라 ‘월마트’나 ‘타겟’ 같은 할인점과의 가격 경쟁까지 피할 수 있게 해주는 영리한 방법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상인들은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혼자만 잘 사는데 죄의식을 느껴 좋은 일을 하고 싶지만 막상 어떻게 해야할지는 모르는 소비자들의 필요에 부응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ABC 카펫 & 홈의 폴렛 콜 사장은 올해 아시아나 아프리카 어린이 눈수술비(100달러), 하이티의 가난한 가족에게 염소 사주기(100달러, 3분의1에 40달러), 여성 성기절단을 거부한 마사이족 12세 소녀의 1년 생활비 및 훈련비용(1,000달러)등 여러 가지 자선 옵션을 소개했었다.
자선 행사 덕분에 소매 체인들의 올 시즌 매출이 작년보다 나아졌을 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다. 올해처럼 장사하기 힘들어서야 무슨 짓이라도 하겠다는 것이 소매상들의 솔직한 마음이지만 그래도 오로지 손님을 끌어들일 목적으로 자선 캠페인을 펼치고 기부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컨트리 가수 리앤 라임스의 CD를 13달러99센트에 팔아 수익금을 애프터스쿨 프로그램에 기부하겠다고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있는 ‘J.C. 페니’의 에드워드 솔잭 부사장은 “CD는 평소 취급하지 않는 품목이지만, 그것 때문에 오는 손님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손님들은 샤핑하면서 자선도 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반응인데 개중에는 재미있게 즐기는 경우도 있다. ‘애버크롬비 & 피치’는 10대 소녀들에게 1달러를 받고 옷을 반만 입은 남자 모델과 함께 사진을 찍게 하는데 샌프란시스코의 마켓 스트릿 매장에는 소녀들이 장사진을 치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해서 모인 돈이 이미 25만달러인데 청소년 당뇨병 연구재단에 기부될 예정이다. 작년에는 1년 동안 모은 돈이 8만9,000달러였었다.
또 ‘J. 크루’의 뉴욕 컬럼버스 서클 매장은 애완견을 데리고 샤핑하는 밤을 개최, 수익금을 동물학대방지협회에 보냈고 ‘펫코’는 고객에게 기부 받은 1~20달러를 다쳤거나 고아가 된 동물을 돌보는 단체에 보냈다.
소매업소들은 자선 캠페인 덕분에 매출이 늘었는지는 시즌이 끝나봐야 알겠지만 새로운 프로그램 덕에 기부할 돈이 크게 늘 것만은 확실하다고 말한다. 청소년용 스포츠웨어 체인 ‘아메리칸 이글 아웃피터스’의 경우, ‘리브스트롱’ 팔찌를 본 딴 ‘그레이트 기프츠’ 팔찌를 1달러에 팔아 모은 80만달러 이상을 ‘점프스타트’ ‘YMCA 내셔널 세이프 플레이스’‘빅 브라더스 빅 시스터스’ 프로그램에 보냈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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