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 섹스 마약 폭력 살인 적나라한 내용
열살짜리도 버젓이 사용... 부모들 무신경
누구에게나 적합하다는 E 등급이지만 샤킬 오닐이 버젓이 시가를 손에 들고 웃고 있는 ‘NBA 볼러스’의 한 장면(맨위).
‘토니 호크 프로 스케이트 4’는 T 등급이지만 대학생들이 맥주를 마시는 장면이 나오고(가운데), 스케이트 보더들의 옷차림은 매우 노출이 심하다(아래).
어린이,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하는 비디오게임을 구입하기 전에 어른들이 미리 내용을 판정하도록 돕기 위해 제정된 등급이 유명무실이라 문제가 되고 있다. 올 가을에 가장 잘 팔린 비디오 게임중 하나인 ‘그랜드 세프트 오토: 샌 앤드레아스’의 경우, 지난 10월 플레이스테이션 2용으로 출시된 이래 미국에서만 2개월만에 360만개가 팔렸다. 쌍방향식 이야기 전개와 매끄러운 스타일 때문에 격찬을 받았던 이 게임에는 욕설, 성적 내용, 마약 사용 및 갱들간 싸움과 매춘부 살해를 낱낱이 그린 폭력 또한 만만치 않게 들어 있다.
이 게임의 등급이 17세 미만에는 적합치 않다는 M(Mature)인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닌데 문제는 올 할러데이 시즌에 이 게임을 하게 될 어린이들이 아주 많아 보인다는 사실이다.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베스트바이’에서 10살 난 조카에게 줄 선물을 고르던 캐런 피어슨은 좀 더 부드러운 게임을 살 생각이었으나 조카아이가 정말로 갖고 싶은 것이 ‘그랜드 세프트 오토’라고 해 마음을 바꿨다. 요즘 인구에 회자되는 인기 게임이므로 그 아이가 어떻게 해서든 그 게임을 손에 넣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10년 전, 게임업계가 소비자 및 의회의 우려에 대한 대응으로 시작한 비디오게임 등급은 이제까지 일관성 없고 불충분하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가장 문제되는 것은 바로 그 등급을 보고 구매여부를 결정해야 할 어른들에게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 등급도 과거 비슷한 배경 아래 시작됐는데, 열살배기 자녀에게 성인용 등급인 영화를 보여주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는 어른들은 많은 반면 비디오게임의 경우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하버드 대학 공중보건 대학원생으로 비디오게임 등급에 관해 연구해온 케빈 해닌저는 “부모들은 M 등급 비디오게임을 R 등급 영화와 똑같이 취급하지 않는 부모가 많은데, 반드시 그렇게 하셔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실 자녀와 함께 영화나 TV는 보지만 비디오게임을 같이 하는 부모는 거의 없어서도 문제이긴 하다.
부모들은 이미 비디오게임에 관한 한 상충되는 정보 때문에 혼란을 겪고 있다. 게임 내용 중 폭력, 마약이나 섹스의 정도와 종류에 관해서 알려면 비디오게임 상자에 적힌 등급을 보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현재 등급 중 EC(Early Childhood)는 3세 이상 어린이용, E(Everyone)는 누구나 볼 수 있는 것, T(Teen)는 10대, M(Mature)은 17세 이상, AO(Adult Only)는 성인 전용을 의미한다.
또 많은 게임상자의 뒤쪽에는 내용에 대해 ‘진한 성적 내용’ ‘담배 사용’등 아이들이 게임을 하면서 무엇을 보고 겪을지를 부모가 파악할 수 있도록 보다 상세하게 설명한 경고문이 적혀 있다. 어떤 사람은 폭력 장면을 더 걱정하고, 어떤 사람은 욕설에 더 거부감을 갖는 등 부모들마다 생각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이 설명이 더욱 도움이 되는데 문제는 너무 짧거나 애매한 것이 많다는 것.
등급 그 자체도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 해닌저의 지적이다. M 등급에 더 적합한 것이 T를 달고 있기도 하고 E 등급에도 약간의 폭력과 부적절한 언어들이 눈에 띄곤 한다.
그가 2001년에 조사한 E 등급 게임 55편중 거의 3분의 2에는 상대방에 대해 행사된 폭력 장면이 들어 있었는데 그 사실이 내용 설명에 포함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플레이스테이션 2와 X박스용 프로 농구 게임으로 100만개 이상이 팔린 ‘NBA 볼러스’의 경우 E 등급이고 내용 설명에도 지적된 것이 없지만 도발적인 옷차림의 젊은 여성, 불은 붙이지 않았지만 시가를 손에 들고 있는 샤킬 오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올해 PC, 플레이스테이션 2, X박스용으로 나온 ‘레저 숫 래리: 매그나 컴 라우디’는 M 등급을 달고 있지만 AO가 더 마땅하다는 것이 전국 미디어 및 가족 연구소장 데이빗 월시 박사의 지적이다. 누드와 성교뿐만 아니라 욕설이 난무하는데도 더 낮은 등급을 받은 이유는 AO 등급을 팔았다가는 파리를 날리게 될까봐 취급하지 않는 게임 소매상들이 게임 개발업자들에게 가하는 압력 때문이다.
자기 아이가 가지고 노는 게임의 내용이 무엇이지를 알아야할 책임은 분명히 부모에게 있다. 월시 박사는 최근 한 세미나에서 이제까지 자신은 M 등급이 아이들 말대로 ‘Mild’인줄 알고 있었다고 한심해 하던 한 여성의 예를 들며 결코 가벼이 여길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등급 내용
EC 3세이상 어린이용
E 누구나 가능
T 10대에 허용
M 17세이상에 허용
AO 성인 전용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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