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파리나 뉴욕의 밤거리에서 불빛과 함께 운치를 더했지만 20세기 중반쯤엔 자취를 감추었던 개스등이 미 전역의 교외지역 신축 주택, 고급 리조트 커뮤니티, 다운타운 재개발 프로젝트에서 다시 인기리에 설치되고 있다. 개스등은 주변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기 때문에 환경보호론자, 건축가 및 에너지업계 간부들이 모두 후원하고 있으며, 소비자들로부터도 환영받고 있다.



뉴욕 브루클린의 팍 슬로프의 한 개스등.


교외지역 신축주택
고급 리조트 단지
재개발지역에 설치
“인간적 분위기 좋아”

요즘 아칸소주 북서부의 신축 주택단지에는 모두 18세기식 개스등이 설치되고 있다. 동네 이름도 ‘크릭스톤’’크릭우드’’보르도’’샤도네이’ 등으로 비슷비슷하고, 스테인리스 스틸제 주방기구에 높은 천장 등 집의 구조 또한 거의 같은 신축 주택단지를 다른 단지와 구별하기 위해 개발업자들이 선택한 것이 바로 개스등이다. 새로 심은 잔디밭을 비추는 사각 또는 팔각의 구리로 만든 랜턴을 녹색이나 검정색 파이버글래스 기둥 위에 올려놓은 수백개의 개스등이 기계로 찍어낸 것 같은 신축주택 단지에 사람 사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다.
“개스등은 매우 인간적이다. 우리는 아마도 원초적으로 불꽃에 이끌리는 것 같다”고 아칸소의 신규 주택단지에 설치되고 있는 개당 500달러 이상인 개스등의 대부분을 납품하고 있는 제조사 ‘레전더리 라이팅’의 판매담당 매니저 짐 레이건은 말한다. 미시시피주 잭슨에 있는 이 회사는 지난 2년간 매출이 2배 이상 신장됐다.
조지아주 컬럼버스의 내과의사 데이빗 앨리슨도 플로리다주 로즈메리 비치에 마련한 별장에 개스등을 설치했더니 ‘뉴올리언스에 온 것 같은 로맨틱한 기분”이라고 흡족해 한다. 앨리슨의 별장에는 대문부터 정원, 별채에 이르기까지 개스등의 불빛이 깜빡이고 흔들린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바닷가의 호텔과 주택으로 이루어진 새 고급 리조트인 ‘팔메토 블러프’에도 개스등이 설치됐다. “개스등은 고요함과 세월을 느끼게 한다”고 말하는 이 프로젝트의 디자이너 앤 헤일리 하워튼은 한 필지 가격이 430만달러까지 하는 이 리조트 커뮤니티의 주택 마당은 물론 보도와 다리에 뉴올리언스의 ‘베볼로 개스 앤드 일렉트릭 라이츠’사가 만든 구리 개스등을 설치했다.
개스등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제조사들도 바빠졌다. 독일에서 36년 동안 가업으로 조명업을 하고 있는 라스 달하우스는 지난해에 미국 지사를 겸해 브루클린에 골동품 등잔 복제품 전시실을 열었다. 놀랍게도 빅토리아풍을 포함한 개스등이 잘 팔려 현재 매출의 1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힌 달하우스는 “개스등은 액센트 조명으로 환영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의 개스회사들도 개스등 설치 붐을 새로운 기회로 포착하고 있다. 텍사스주 코퍼스 크리스티 시 개스국이나 노스이스트의 ‘키스팬사’등은 환불, 융자 및 관리 계약 같은 인센티브까지 제공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주택 외부 조명을 개스등으로 바꾸라고 장려하고 있다.
관련 웹사이트와 세일즈퍼슨에 따르면 개스등은 안전하고, 비용도 적게 들뿐만 아니라 전등보다 곤충이 덜 몰린다. 정전이 돼도 개스등은 꺼질 염려가 없으며, 만일 개스가 샐 경우에는 냄새로 알 수 있으니 안전하다.

<김은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