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타 폐지에 따른 국내생산 축소 등 과도기의 시험대에 놓인 2005년 다운타운 한인상권. 무역정세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면서 LA만의 강점을 발굴, 상권발전으로 승화시키길 기대해본다.
쿼타 폐지·워컴 부담·할인점 가격 파괴 등
영업환경 악화로 섬유업계 구조조정 불가피
‘수입’‘로컬 생산’ 확실한 차별화만이 살 길
격동의 실전무대가 될 2005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 사상 최악의 경기를 경험한 한인 의류·봉제·섬유 업계는 새해 벽두를 여는 쿼타 폐지와 관련, 수입과 로컬 생산, 아웃소싱 등 사업방향을 모색하면서 세이프가드 등 올 초 윤곽이 드러날 미 정부의 대응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 전역에 파급효과를 미치고 한인타운 경제의 젖줄 역할을 하는 다운타운 한인상권의 2005년 전망을 짚어본다.
올해 다운타운 한인상권에 대한 공통된 전망은 업계가 과도기의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으리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쟁에서 도태된 업체들이 문을 닫는 등 어수선한 국면에 대한 우려도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비정상적인 단가와 가격 경쟁, 열악한 노동환경 등 업계의 고질적 과제를 풀어나가는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또 수입과 아웃소싱이 느는 반면, 유행에 민감한 주니어라인 및 고급 제품 등 미국 의류산업의 생산기지인 LA가 독보적으로 할 수 있는 생산영역이 확실히 구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쿼타 폐지와는 별개로 하청업체가 종업원에게 임금을 체불했을 경우 원청업체가 연대책임을 지도록 규정한 가주 노동법 AB633과 높은 종업원 상해보험, 월마트 등 공룡기업의 저가 대량생산 풍토가 존재하는 한 로컬생산의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내 생산 입지 좁혀
다운타운 경기는 소위 남미 및 텍사스, 아리조나 등 국경장사를 대상으로 하는 ‘자바’와 주류 메이저 시장을 상대하는 ‘매뉴팩처러’로 나뉜다. 팩토링 업계에 따르면 매뉴팩처러는 꾸준히 픽업 추세에 있으나, 자바의 경우 할러데이 주문으로 반짝 경기를 되찾았을 뿐 쿼타 폐지 이후 경기는 지난해보다 나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
두 달 전 소유하던 공장을 팔고 리스를 얻어 이사한 I 여성의류업체 업주 김모씨는 “영업이 부진한데다 올해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판단, 은행 빚부터 갚았다”며 “쿼타 폐지에 따른 변수가 많을 수밖에 없어 당분간 포복자세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12년간 G 여성의류업체를 운영해온 이모씨는 “LA는 뉴욕과 달리 로컬생산이 강점인데 값싼 수입품이 급증한다면 오히려 타주 바이어들을 놓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생산감소로 봉제와 섬유는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또 공룡기업 월마트나 타겟 등 저가 대량생산이 가격파괴의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워컴 부담으로 업주들의 허리가 휘면서 제조업체들의 입지는 올해도 좁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코스트코, 월마트 등에 납품해온 풀러튼의 R 양말제조업체 사장 변모씨는 “긴 양말은 미국의 주력상품 중 하나였으나 싼 노동력과 대량생산을 찾아 지난해부터 중국 등 해외로 아웃소싱을 주고 있다”며 “일부 고가품과 샘플만 현지 생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적정단가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노동청과의 갈등도 업주들이 생산이 아닌 수입으로 눈을 돌리는 원인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한인의류협회의 최대호 회장은 “쿼타와 관계없이 AB633 등 열악한 생산환경 때문에 아웃소싱과 수입이 늘 수밖에 없다”며 “로컬생산이 힘에 부치지만 경쟁력있는 수입선을 확보할 수도 없는 영세업체들이 사실상 생존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틈새시장은 있다
이처럼 미 의류업계가 글로벌 파워와 융화되면서 과도기를 맞고 있으나 능동적이고 기민한 대처로 활로를 개척, 미 의류시장만의 강점을 키우려는 시도는 활발히 진행중이다. 수입은 수입대로, 생산은 생산대로 확연히 구분되는 시장이 존재하기 때문에 양분야의 특성을 살리면서 균형을 잡겠다는 것이다.
수입 비중을 차츰 늘려 전체 품목의 25%를 수입한다는 여성의류업체 ‘하모니’의 윌리엄 곽 사장은 내년 전망에 대해 “수입물량이 급증하고, 한편으론 문 닫는 업체들이 속출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네임브랜드 및 유행에 민감한 아이템은 국내 생산, 중저가 제품은 수입으로 구분하고 수입라인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따로 차려 ‘이중 사업’으로 차별화 한다는 계획이다.
곽 사장은 “이제는 막말로 목숨 걸고 연구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도태되고 말 것”이라며 “올 초부터 속속 윤곽이 드러날 미 정부의 대응과 세이프가드 추이를 봐야겠지만, 세이프가드는 결과적으로 쿼타와 같은 역할을 하게 돼 세이프가드가 발동되지 않는 품목 위주로 수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00% 미국산, 그 중에서도 다운타운LA를 고집하는 버티칼(vertical) 매뉴팩처러 ‘아메리칸 어패럴’의 샘 임 사장은 지난 99년부터 2002년까지 멕시코에 공장을 운영했으나 생산성이 떨어져 철수한 경험을 예로 들며 “로컬 생산이라야 제품의 질과 효율성이 극대화된다”며 “요새 소비자는 미국산 자체에 집착하지는 않으나 제품의 질과 가격이 맞으면서 미국산일 경우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소매업계 역시 ‘차별화가 살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프랭키B, 다낭, 블루컬트 등 8개 미국산 진 브랜드 전문 소매업체 ‘제이킨&보아즈’의 진 황 사장은 “요즘은 메이드 인 USA가 아니면 안 팔린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미국산에 대한 고정 소비층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현안 해결 노력해야
수입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여성드레스업체 ‘코티’의 신남호 사장은 “지난 95년 브라질 화폐가치가 급상승했을 당시 남미의 한인 의류업체들이 미국산 제품을 대량 수입했으나 결국 가격경쟁이 심화돼 시장질서가 흐려진 적이 있다”며 “LA는 생산이 강한 지역적 특성이 있는데 수입품이 범람할 경우 오히려 강점을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인봉제협회의 배무한 회장은 “사실상 지금도 러시아나 한국으로 환적해 들어온 중국산 수입품은 충분히 많고, 쿼타가 풀린다고 해서 국내생산이 무너질 만큼 급증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수입의 허점을 생산으로 유지하면서 틈새시장을 모색한다면 전망이 어둡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의류 및 봉제, 가주 봉제협회 연합회 등 단체들은 AB633, 부도수표 등 업계의 숙제를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의류협회는 지난해 AB633 및 부도수표 전담 특별부서를 창설, AB633의 독소조항을 수정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편 부도수표 방지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 봉제협회는 정기적으로 노동법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으며 미주 한·미·중국 및 북가주 봉제협회를 대표하는 가주 봉제협회 연합회는 라이센스 등록비 및 노동법 위반 벌금의 인하 운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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