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기업체 소리 듣지 않으려면
지난 달 폭우가 쏟아지던 어느 날 밤, 한인타운의 웨스턴 길은 정전으로 몹시 어두웠다. 전기는 우리의 생활에 여러 가지 편리하고 유익한 점을 제공하는 가장 대표적인 문명의 이기지만 일단 제 기능을 잃어버리니 오히려 장애물이 되어버렸다.
차량들은 신호등 고장으로 심한 정체현상을 빚고 상점과 식당들은 물론 심지어 수퍼마켓까지 문을 닫고 있어서 마치 깜깜한 터널 속을 운전하는 것 같았다. 평소 그 도로에 위치해서 크고 넓은 건물과 멋진 조명으로 지나가는 신자들에게 자긍심을 주던 한 대형교회도 어둠에 쌓여서 보기 흉한 몰골로 서있었다.
문득 교회라 할지라도 밝혀야 할 빛을 잃어버린다면 그런 모습으로 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많은 교회들이 명색만 유지한 채 이미 어둠에 묻혀 있지나 않은지….
한국교회가 지금처럼 비난받고 있는 시대는 일찍이 없었다. 많은 사람들은 공공연히 목사님도 예전의 목사님과 다르고, 교인도 예전의 교인과 달라졌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교회를 그토록 바꿔놓은 장본인은 누구인가? 바로 교회라는 것이다. 교회가 자신의 편익을 위해서 세속주의의 전형인 배금사상과 물량주의를 교회 내에 끌어들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교회의 모든 사업은 경제원칙에 따라 우선 순위가 결정되고 그 평가는 화폐가치로 저울질되고 있다. 교회가 몸집을 키우고 가꾸는 일에 많은 헌금이 쓰여지고 세와 힘을 알리기 위해서 기업체에 버금가는 갖가지 선전과 광고가 동원되고 있다. 행사도 인기 연예인 못지 않게 대형쇼 같이 치르고 있다. 정작 관심을 가져야 할 복음전파나 이웃을 배려하는 지출과는 비교할 바가 못된다. 그래서 교인들 입에서조차 교회가 자꾸 기업화되어 간다고 우려하고 있다.
교회는 돈을 필요로 하지만 그 목적은 될 수 없다. 교회는 본질적으로 스스로 빛을 내는 발광체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세상적인 것을 가지고 빛을 내려한다면 이미 생명력을 잃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양식 있는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한국교회는 중병에 걸려있다고, 아니 벌써 사망했다고 혹평하고 있다.
한국교회를 이 지경에 이르게 한 책임은 목사와 교인 모두에게 있으나 1차적으로 교회의 최고 지도자인 담임목사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목사들은 먼저 이런 사실을 겸허하게 인정해야 한다. 지금 교회가 왜 이런 상태에 빠져있는지 세상이 다 아는 일들을 가지고 새삼스레 부인하거나 은폐하는데 급급하지 말고 하루 빨리 교회내에 자라고 있는 비교회적인 독소들을 추방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교회가 세상을 향하여 다시 빛을 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조 만 연
(주사랑교회 장로)
(기윤실 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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