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곳중 10여곳 제외 하루 3, 4명뿐
진료비 할인등 제살깎기 경쟁 치열
“한의사들은 알부자(?)”
이런 얘기가 통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한인타운 내 한의사들은 예외다. 타운에서 한의원 개업하면 ‘망하기’ 딱 좋은 것이 요즘 현실이다. 한의원별로 하루 10명은 고사하고 3∼4명 환자 받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업계에 따르면 렌트비조차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곳이 적지 않다. 하루 5명의 환자를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평균 진료비 40달러씩 계산하면 하루 수입은 200달러가 고작이다.
한달 20일 일하는 것으로 쳐도 월수입이 4,000달러에 그친다. 이 정도면 렌트비와 직원 월급 주기도 빠듯하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비교적 역사가 깊다는 10여곳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한인타운 내 한의원 실태를 조사한 UCLA병원 가정주치의 안젤라 조씨는 “몇 군데 한의원을 다녀봤지만 진료실마다 환자가 거의 없었다”며 “이렇게 해서 어떻게 병원을 유지하는지 궁금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한의업계가 이처럼 고전하는 것은 무엇보다 한의원 수가 많기 때문. 업계에 따르면 타운에만 무려 350여곳의 한의원이 간판을 내걸고 영업중인데 환자수는 증가하지 않아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준필 한의원의 이종진 한의사도 “좁은 항아리에 물고기가 많으면 다 같이 죽는 것처럼 타운 내 한의원이 꼭 그렇다”며 “동료 의원들 얘기를 들어보면 이만저만 힘든 게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진료비가 낮다는 점도 한의원들을 어렵게 한다. 업소수가 많다보니 진료비도 경쟁적으로 낮출 수밖에 없는 것이다.
침 한번 맞는데 타운에서는 25달러면 충분하다.
더 싼 곳은 10달러 미만인 곳도 있다. 침 맞는 것까지 포함해 한번 진료 받는데 40달러 미만이다.
15년 전 가격도 거의 변동이 없다. 이에 비해 밸리나 밴나이스 같은 백인 거주 지역에서는 침 한번 맞고 진료 받는데 보통 80달러 정도 든다. 베버리힐에서는 120달러로 비싸진다.
최근에는 집이나 아파트에서 불법으로 영업하는 무허가 한의사까지 가세해 한의원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불법 한의사의 경우 한국 한의 자격증을 갖고 있거나 집에서 어깨넘어로 배웠거나 종류도 다양하다.
문제는 한인 한의원들이 영어가 짧아서 계속해서 한국타운에서 개업한다는 점. 중국한의사들이 백인 동네로 많이 가는 것과 비교된다.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다른 한의원들이 문닫지 않고 있는 걸 보면 그래도 되겠지 하는 계산에 계속해서 새로운 한의원이 개업하고 있다.
삼라한의대 정진석 학장은 “한의사는 영어가 아닌 진료로 승부하면 되는 곳인데 한인들이 백인 동네 진출을 꺼려하고 있다”며 “새로 입학하는 신입생들에게 타운에서 한의원 개업하려면 공부를 시작하지 말라고 권한다”고 전했다.
<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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