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代주부 마약살돈 마련위해 보험 가입
가족 등 눈 찔러 실명·방화·살인미수까지
타낸 보험금 5억대… 남편 2명 결국 숨져
남편 어머니 오빠 등의 명의로 보험에 가입한 후 이들의 눈을 실명케 하고, 또 이들을 살해할 목적으로 집에 불을 질러 수억원의 보험금을 타낸 뒤 마약을 복용하는데 탕진한 20대 전직 보험설계사가 경찰에 구속됐다.
엄모(29ㆍ여)씨가 범행을 시작한 것은 2000년 딸(당시 3세)이 뇌진탕으로 숨지면서부터. 엄씨는 딸을 잃은 충격에 필로폰을 접하기 시작했고, 마약을 구입하기 위해 주도면밀한 사기극을 생각해 냈다.
결혼(1998년) 직전까지 보험설계사 생활을 했던 엄씨는 딸이 사망한 직후 남편 이모(당시 26세)씨 명의로 보험 4개를 들었고, 같은 해 5월 남편에게 수면제를 몰래 먹여 정신을 잃게 한 후 눈을 핀으로 찔러 실명케 했다. 2001년부터 같은 방법으로 정신을 잃게 한 후 흉기로 복부를 찌르는 등 계속해서 남편에게 상해를 입혔고, 결국 이씨는 2002년 3월 숨졌다. 엄씨는 남편이 자해를 하다 숨졌다고 보험사에 허위 신고해 보험금 2억8,000만원을 타냈다.
마약을 구입하기 위한 엄씨의 범행은 재혼한 남편, 어머니, 오빠 등을 대상으로 끝없이 이어졌다. 전 남편이 죽은 지 한 달 만에 임모(당시 31세)씨와 동거를 시작한 엄씨는 2002년 11월 전 남편에게 했던 같은 수법으로 임씨의 눈을 실명케 하고 보험금 3,900만원을 받아냈다. 임씨는 2003년 눈 치료를 위해 입원 중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엄씨는 2003년 7월 어머니 김모(55)씨와 오빠(31)의 눈도 실명시켰고, 심지어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오빠의 링거호스에 독극물을 넣어 살해하려 했으나 독극물의 양이 모자라 미수에 그쳤다. 엄씨는 필로폰을 사기 위해 오빠, 남동생이 살고 있는 경기 남양주의 아파트를 몰래 팔아 치우기도 했다.
올해 1월에는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아파트에 불을 질러 오빠와 동생을 살해하려다 화상을 입혔다. 엄씨는 실명한 어머니, 화상을 입은 오빠와 동생 몫의 보험금으로 각 6,700만원, 2억400만원, 138만원을 모두 받아 마약 구입 등에 썼다.
엄씨는 최근 친정 집에서 파출부로 일하던 강모(46ㆍ여)씨의 집(경기 남양주시)에 살면서 월세를 내지 못하게 되자 강씨 집에도 불을 질러 강씨 남편(51)을 숨지게 하고 강씨 등 가족 3명에게 화상을 입혔다. 엄씨는 이번에도 자신의 범행을 숨기기 위해 강씨 가족이 입원해 있던 서울 강남구 모 병원에 불을 지르려다 미수에 그쳤고, 이 때문에 경찰에 검거돼 그 동안의 모든 범행이 드러났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8일 엄씨에 대해 살인미수, 현주건조물방화치사상, 중상해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필로폰 구입 경위 등 추가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범행은 시간이 오래 지나 물증이 부족한 상태고, 사건의 실체가 자백에 의존하고 있어 엄씨가 마약 금단 증상 등을 이유로 진술을 번복할 가능성도 있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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