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인 기사·주택 수리직·카펫 까는 기술자...
아직 해가 뜨려면 몇시간 남은 어느 토요일 아침, 크레인 기사 마이크 헤일리(55)는 맥도널즈에서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동료들과 함께 아침을 먹고 해가 뜰 때 쯤에는 이미 크레인에 올라 탔다. 준공일을 맞춰줘야 하기 때문에 비를 맞아가며 오후 늦게까지 일하고 난 이들은 그동안 자동차 통행을 막았던 차선을 다시 여는 월요일 아침까지는 180피트 높이 건물 꼭대기에 두고 사용하던 건축장비들을 모두 치워야했다.
돈 많이 준다해도 ‘모시기’ 힘들어
백인 기술직 독점은 옛말… 히스패닉 증가
연방정부 ‘인력난 해소책’ 법안 내놓기도
조수들이 조심스럽게 중장비들을 분해하는 동안 그들이 신호를 보내는지 지켜보랴, 시속 20마일로 부는 강풍 속에서 그 무거운 것들을 끌어 내리려 크레인을 조종하랴, 동료 크레인 기사로부터 무전기를 통해 방향을 지시받으랴 헤일리는 정신이 없다. “바람이 불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죠”
헤일리는 자기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대학에 가는 대신 이 스트레스 심한 직업을 택했다. 고등학교에서 목공도 배웠지만 졸업하자마자 오퍼레이팅 엔지니어 노조에서 제공하는 4년제 도제과정에 등록했다. 그때만해도 노조회원들은 보수가 괜찮은 직종으로 아들을 끌어 들일 수 있었다.
요즘 자기 자기 자식에게 커서 크레인 기사가 되라고 권하는 부모는 거의 없지만 크레인 기사들의 보수는 여전히 괜찮다. 헤일리는 연간 10만달러까지 되는 수입으로 3남매를 키우고 있다. “참 좋은 직업인데 일할 사람을 구하기가 힘들어요”
사람 구하기 어려운 것은 자동차, 주택 건축, 주택 수리업계에 두루 마찬가지다. 일꾼이 없어서 비지니스를 키우지 못하는 고용주들이 한둘이 아니다. “카펫 까는 기술자만 더 고용하면 얼마든지 사업을 늘릴 수 있을텐데”라고 콜럼비아 소재 ‘버티컬 커넥션 카펫 원’의 주인인 스티브 조스는 안타까와한다. 이곳에서 숙련된 카펫 인스톨러의 연수는 5만달러가 넘는다.
요즘은 숙련된 노동자를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기술자는 시간당 임금도 높여 받을 수 있고 입사 보너스까지 받는 수가 많다. 최소한 경기가 받쳐주는 지금은 그렇다. 수공기술자들에게 호시절이 도래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 연방노동부도 2002년부터 2012년사이에 건축업계에 100만에 가까운 새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좋은 일꾼을 구하지 못해 난립니다. 숙련된 기술자 몸값이 금값이예요” 건축업자및 하청업자 연합회 버지니아 지부 부회장 앤지 린드의 말이다.
또 백인들만 기술직을 독점하던 시대도 끝났다. 히스패닉 이민들이 건축현장으로 속속 유입, 현재 건축업계 노동력의 21%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네트웍이 잘돼 친구, 가족들을 계속 끌어 들이는 히스패닉은 2002년에 건축업계에서 6.5%를 차지했던 흑인, 2.4%에 불과했던 여자보다 확실히 많다.
미국에서 기술직은 전통적으로 백인 아버지가 백인 아들에게 대대로 물려 주는 직업이었다고 뉴욕시의 벽돌공 노조의 백인 회원으로 자기 아버지로부터 벽돌공 일을 배운 찰리 손튼은 말한다. 그렇게 노조원들이 돈을 잘 벌게 되자 그 자식들은 기술을 배우지 않고 대학으로 가버려 돌아오지 않았다.
사실 크레인 기사 헤일리도 아들에게 직업을 물려주려 했지만 잘 안돼 건설현장에서 허드렛일을 하던 일당 노동자를 도제로 들이고 시간당 임금을 6달러나 올려 20달러씩 주고 있다.
현재 기술자 수요가 대단한 플러밍의 경우, 일을 시작만 해도 보너스를 줄 정도로 인력 확보가 하늘의 별따기다. 연방노동부도 기술자 부족사태에 주목, 작년에 1,900만달러를 투자해 건축업계가 인력을 고용, 훈련시킬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하고 최근 2개의 법안을 제안했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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