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하루 1∼2시간은 꼭 하는데 하루라도 게임을 안 하면 짜증도 나고 신경질이 나요.
아이가 대화를 하려 하지 않고 게임에만 매달려요. 못하게도 하지만, 때론 심하게 반항하고 심지어는 물건을 던지기도 해요.
컴퓨터 기술의 발달과 인터넷의 확산으로 컴퓨터 게임이 급속히 퍼지면서 이에 깊숙이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른바 ‘게임 중독’과 ‘사이버 고아’ 등이 생겨나 한인 10대들의 정신 건강을 위협하는 등 한계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또 플레이스테이션이나 X박스와 같은 가정용 오락기계의 지나친 남용도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베이지역의 한 인터넷 게임방에서 만난 이모(13)군은 소위 잘 나간다는 게임들은 안 해본 게 없을 정도로 이 방면의 ‘매니아’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부모님의 간섭도 받지 않고 마음껏 게임을 즐길 수 있어 게임방을 찾게된다면서 친구들과 극장에 간다고 말하고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 군과 함께 게임방을 찾은 3명의 또래들도 학교에서 친구들과 모이면 새로나 온 게임에 대한 정보나 노하우 등을 주고받고, 게임을 서로 교환하는 등 온통 게임에 대한 이야기들뿐이라고 밝혔다.
요즘 10대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게임에 대해 모르면 ‘왕따’를 당할 정도로 게임 2∼3개는 기본적으로 알아야 한다는 게 이들의 말이다.
10대들이 주로 하는 게임은 짝을 지어 상대편을 공격하는 서바이벌게임이나 아이템을 얻어 파워나 레벨을 증가시키는 게임 등을 한다.
이같은 게임은 목표물을 총이나 칼로 살해하는 데 있으며 돌아다니면서 아이템 및 파워를 얻는 게임은 단기간에 끝나는 서바이벌게임과는 달리 기본적으로 3∼4개월이 넘게 소비될 정도로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빠져나오기가 힘들다.
산타클라라에 사는 김모(주부)씨는 얼마 전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이 게임을 하던 도중 동생이 옆에서 방해를 한다는 이유로 게임 컨트롤러로 머리를 내려 쳐, 다친 게 한 것이다.
게임에 나오는 폭력적 장면의 영향이었다.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이모씨도 초등학교 5학년 된 아들과 외출을 했다가 마주친 경찰을 향해 적의감을 들어내며 총을 쏘는 시늉을 해 낭패를 본 경험이 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아들이 하는 게임 중 은행을 털고 경찰을 총으로 쏘는 게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무작정 게임을 사준 것을 후회했다.
이처럼 현실과 게임의 경계선이 모호해지고 나중에는 현실보다 게임을 위주로 행동하는 경향이 생기게 된다.
산부르노에 사는 김모씨도 중학교 때부터 게임을 하기시작한 외동아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공부는 아예 뒷전이고, 과다한 게임몰두로 인해 성적은 떨어지고 결국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퇴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게임에 중독되는 대부분의 10대들이 처음에는 재미로 게임을 시작했다가 부모의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고, 절제가 되지 않으면서 나중에는 중독 또는 현실의 어려움에 대한 도피처로 게임을 선택하는 등 게임의 ‘볼모’가 되고 있다.
<김판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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