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절제한 게임에 빠져, 결국에는 게임 속의 캐릭터와 나를 동일시해버리는 이른바 ‘게임 중독’이 한인 10대들의 정신과 육체를 병들게 하고 있다.
게임중독에 빠지는 상당수의 10대는 부모의 탓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컴퓨터 앞에 자녀들을 장시간 방치해 둔다.
게임을 다른 놀이와 마찬가지로 사이버 세대가 즐기는 ‘놀이문화의 일부’로 대수롭지 않게 치부하는 경우가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부모가 ‘게임 중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위험성을 간과하고 있는 것도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기분 전환식’으로 즐기는 차원에서 시작한 게임이 도를 넘어 급기야는 게임에 매달리고, 집착하는 수준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리고 현실적인 거리감은 갈수록 멀어지고 가상세계에 휩쓸리면서 게임 안에 갇혀버리는 ‘미아’ 상태까지 도달하고 만다.
샌프란시스코 리치몬드 정신건강센터(RAM)의 전지영 임상소셜워커는 10대들은 성인보다 세뇌가 빠르다고 지적하고 처음 게임을 접했을 시에는 재미로 시작하게 되지만, 장시간 노출되면서 현실과 가상의 공간이 겹치는 부문이 점점 늘어나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혼돈이 생기면서 폐쇄적이 되어간다고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또 폭력적 게임을 자주 하는 10대의 경우 순간 순간 충동적으로 게임에서 즐겼던 폭력을 사용하려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게임에 중독되면 게임을 통해 현실을 도피하고, 공부 등 일상적인 생활을 소홀히 하게 된다고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소심한 성격의 아이는 좁은 현실의 공간이 컴퓨터 게임을 함으로서 더욱 위축되고, 공동생활을 못하게 돌 정도로 중독 정도가 더 심하다고 전 임상소셜워커는 경고했다.
게임중독이 불러오는 정신적 피해로는 장시간 반복적 게임을 통한 창의력 상실, 현실도피, 폐쇄적 폭력적으로 성격 변화, 거짓말, 편집증, 의욕상실, 협동생활 장애, 정서불안 등이 있다.
게임중독이 심해지면서 게임 속의 캐릭터를 모방, 자신을 캐릭터로 혼돈하고, 가족이나 친구와의 대화보다 사이버 상에서 생활에 심취하게 된다.
이처럼 게임중독이 미치는 악영향은 정신적 손상을 넘어 엄청난 육체적 피해로도 이어진다.
샌프란시스코 유고명 의료원(가정주치의 및 신경내과 전문의)의 유고명 박사는 게임을 장기간 할 경우 과도한 몰두로 인해 시간관념을 상실해 수면부족, 불면증 집중력 약화 등 학업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서 가만히 장시간 앉아있기 때문에 척추에 무리가 생기고, 손목 결림, 근육경질, 기억력 암기력 장애, 시력 저하, 전자파로 인한 두통증상 등을 야기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 박사는 공기가 정화되지 않는 폐쇄된 공간에서 게임을 하게되면 호흡기 장애를 불러온다고 지적하고 자동차 사고나 뇌염으로 인해 뇌를 다친 경험이 있는 사람이 게임을 할 경우에는 수면 하에 잠재해 있던 발작적 간질 증세가 나타나는 걸 종종 본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게임중독의 폐단은 이외에도 과도한 게임비 사용과 관련서적구입에 따른 금전적 손해, 교우관계약화 등을 들을 수 있다.
컴퓨터 게임에 몰두할수록 주변의 친구보다 일면식도 없는 게임 상에서 만난 유저가 더 가깝게 느껴지는 등 현실적 괴리감이 커지면서 게임이라는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이버 고아’가 계속 ‘잉태’되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김판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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