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타고… 트럭에 깔렸는데…
컴퓨터 백업 게을리했다
나중에 낭패 비일비재
데이터 재생업도 큰 발전
정보 회수율 90%까지
비용 500-4,000달러선
중요한 줄은 알지만 이럭저럭 뒤로 밀리는 일이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를 백업하는 일이다. 예고도 없이 불쑥 컴퓨터가 작동을 하지 않으면 그때서야 장탄식을 하며 게으름을 탓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다. 병든 아내를 간호하며 어린 4자녀를 돌보느라 바빴던 라이언 리즈달(35)의 경우에는 더 말할 나위가 없었다. 아내가 세상을 뜨고 난 후인 작년 8월, 오래간만에 컴퓨터 앞에 앉아 아내의 장례식장에서 찍은 사진을 찾아보려 했던 그에게 갑자기 컴퓨터가 협조를 하지 않았던 것. 동네 수리점에서는 하드드라이브가 완전히 죽어서 아무것도 되살릴 수가 없다고 했다. 그가 6년 동안 찍은 모든 사진이 저장되어 있는 하드 드라이브였다.
파손된 드라이브를 가장 먼저 검사하는 청결실에서 데이터 재생 엔지니어 앤디 우드가 드라이브를 들고 있다.
리즈덜과 같은 운명에 처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는 컴퓨터 사용자가 있다면 그것은 오산이라고 데이터 재생업 종사자들은 말한다. 모든 하드드라이브는 언젠가 망가지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재수가 없으면 새로 산지 몇달만에 그렇게 될 수도 있다고 디지털 파일 재생 전문회사인 ‘온트랙 데이타 리커버리’(www.ontrack. com) 부사장인 타드 존슨은 말한다.
리즈달의 경우 동네 수리점이 소개한 또 다른 데이터 재생 회사 ‘드라이브세이버스’(www.drivesavers.com)에 하드 드라이브를 맡긴 뒤 며칠만에 다행히도 사진을 전부 되살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컴퓨터를 쓰는 사람들이 모두 하드 드라이브를 백업한다면 데이터 재생업 같은 것은 존재할 수도 없을텐데 정기적으로 그렇게 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게다가 요즘들어 용량이 어마어마하게 커졌기 때문에 하드 드라이브 고장으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가 영향을 미치는 범위 또한 상당해졌다. 요즘 하드 드라이브에는 서류 뿐만 아니라 사진, 음악, 영화등 온갖 것이 다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LP 레코드의 300배에 해당하는 분당 1만번 자전하는 하드 드라이브 안의 접시는 그 위에 자리잡고 있는 머리카락 굵기의 헤드로만 읽고 쓸 수 있는데 만일 헤드가 접시 위로 곤두박질치거나 먼지라도 한점 묻으면 거기 새겨진 데이터는 읽을 수가 없게 된다.
그러나 고장난 하드 드라이브에 든 정보 회수율 역시 점점 좋아지고 있다. “8년 전만 해도 50%를 재생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85~90%의 드라이브에서 90%까지 되찾아낸다”고 드라이브세이버스의 공동 창립자인 스캇 게이다노는 말한다.
게이다노에 따르면 하드 드라이브는 너무나 신뢰할 수 없는 장치라 지끔쯤은 사라졌어야 하는데도 오늘날 없는데가 없이 사용되고 있다. 공항 보안검사대에서 이리저리 던져지는 랩탑, 팔뚝이나 목에 걸고 조깅하는 아이파드 등의 하드 드라이브가 작동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가장 중요한 기록이나 가장 소중한 기억들이 소리도 없이 사라져 버렸을까봐 겁에 질리는 것이 보통이라 드라이브세이버스는 전직 자살방지 카운슬러인 켈리 체슨을 고용해 손님을 달래는 일부터 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24마일 북쪽에 위치한 노바토의 한 이름도 없는 건물에서 영업하는 ‘드라이브세이버스’에 들어가면 드라이브를 검사하는 ‘청결실’과 데이터를 추출하는 별도의 방이 있다. 복도에는 불에 탔거나 소금물에 잠겼었거나, 트럭이 치고 지나갔지만 이 회사에서 데이터를 재생해 낸 하드 드라이브들이 전시되어 있다.
드라이브의 크기와 문제의 복잡성, 주어진 시간에 따라 정보 재생에 드는 비용은 달라진다. 드라이브세이버스는 5~7일 정도 걸리는 가장 느린 서비스와 되살릴 파일이 별로 없는 하드 드라이브에는 최저 500달러, 드라이브가 도착하는 순간부터 데이터가 추출되기까지 계속 작업하는 급행에는 8,900달러를 청구한다.
최고 7일까지 기다리면 600기가바이트의 데이터를 되찾는데 2,700달러가 든다. 하루 이틀 사이에 해결하기 원하면 900~3,900달러를 낼 것으로 기대하면 된다. 아무 것도 건지지 못한 경우에는 검사비로 200달러만 내면 된다.
리즈달의 사정을 들은 드라이브세이버스는 데이터를 무료로 재생시켜주고 자녀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까지 사줬지만 데이터를 회복하려면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한다. 뉴욕주 오번의 스포츠용품점 매니저인 존 드브라이즈는 지난 5월 3년간 사용한 랩탑이 망가지면서 1년간 사용한 회사 e메일, 가족 사진, 업무상 접촉하는 600명의 연락처를 모두 잃어버린 줄 알았다가 2,700달러를 들이고 나서 되찾았다. 백업을 할 줄은 알지만 서너달 거른 탓이었다.
드라이브세이버스 같은 업체에 하드드라이브가 도착하면 우선 먼지가 묻지 않도록 청결실에서 검사를 받는다. 젖어 있으면 용해제에 담가 잔여성분을 제거시킨다. 모든 데이터는 드라이브가 작동을 해야만 되살릴 수 있으므로 1만가지 이상의 하드 드라이브 모델 부품을 이용하여 잠시라도 작동을 시킨다.
되살린 내용은 일단 회사 서버에 기록하고 제 기능을 하는 하드 드라이브에 따로 복사한다. 필요한 정보는 적절한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그 복사본에서 추출해 낸다. 되살려낸 파일은 DVD나 새로운 하드 드라이브, 또는 인터넷 파일 전송으로 의뢰인에게 보낸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포르노 사진 같은 것은 예외지만 그 모든 파일은 비밀이 보장되며, 고객에게 발송된지 한달 후에 서버에서 삭제된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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