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언대
▶ 실비아 패튼 / 한미여성회 총연합회 회장
오는 10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세계 국제결혼 여성대회를 준비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연락이 닿고 있다. 하루에도 여러번씩 이 메일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우리도 역시 한국의 딸들이라는 사실을 절실하게 느낀다. 전국 한인 언론의 홍보로 동서남북에서 연락이 오고 있다.
발단은 지난해 3월 서울에서 열린 무지개 평화 여성 대행진이었다. 미국 16개 주와 캐나다, 일본에서 35명이 참석한 이 행사는 우리 국제결혼 여성들이 하나가 되게 하는 길을 열어주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국제결혼 가정선교 전국연합회와 공동으로 세계 국제결혼 여성대회를 준비하게 되었다.
한미여성회는 미국에서 42년 전 처음 시작되어 4-5년 된 신생 단체까지 합해 모두 20 여개 단체가 있다. 그 중에서 6개 지역 한미여성회가 모여 지난해 6월 한미 여성회 총연합회를 발족했다.
국제 결혼 여성들과 그 자녀들인 혼혈인들이 한국에서 차별 받고 냉대를 받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많은 분들은 미국에서 성공하여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미국에 와서도 힘들게 사는 분들이 있고,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세상의 고아처럼 사는 분들도 있다.
한인사회에서의 차별은 국제 결혼 여성들에게 특히 상처가 된다. 우리 남편들을 ‘양키’라고 부르며 배척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그럴 때면 고국으로 돌아가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살지 왜 미국에서 그 싫어하는 미국인들 틈에서 사느냐고 묻고 싶어진다.
물론 모든 한인들이 편견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너무 서러워서 울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동생이나 누나 덕분에 미국에 이민 와서 사는 가족들도 자기 식구가 국제 결혼했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한다. 왜 그래야 하는 건가.
지금은 글로벌 시대이다. 아직도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에 사로잡혀 색안경을 끼고 국제결혼을 보는 시각은 변해야 하겠다.
국제 결혼한 많은 여성들이 미 주류 사회에서 훌륭한 일꾼으로 인정받고 있고, 한국의 딸로서 한인들을 위해 봉사하며 한국을 빛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미 여성회 총연합회 일을 하면서 가끔 할아버지들로부터 “열심히 일해달라”는 격려 전화를 받을 때는 정말 보람을 느낀다.
지난해 버지니아주 아시안 자문위원으로 일할 때는 추방 직전까지 간 한인여성 구명운동을 전개했고,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이 전화를 해오면 그 사연을 들어주고 변호사와 정부를 연결해 혜택을 받게 해주는 일들을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계속할 생각이다.
미주 한인사회의 상당 부분은 국제결혼을 매개로 이루어졌다. 국제결혼으로 인해 미국으로 건너오고, 가족과 친지들을 미국으로 초청해 미주 이민사회를 확장시킨 국제 결혼 여성들이야말로 미주 한인 이민 역사의 주인공들이다.
국제 결혼 여성들은 현재 각 곳에서 적극적으로 사회 봉사활동을 하고 주류사회 각계 각층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다.
국제 결혼여성들은 국제 시대인 오늘의 주인이라는 의식으로 한인들의 위상을 높이고, 정치력을 신장하는 귀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오는 10월 행사를 통해 세계 국제 결혼여성 네트웍을 구축해 앞으로 민간 외교관의 역할을 더 훌륭히 수행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실비아 패튼 / 한미여성회 총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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