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어릴 때에는 엄두도 못내던 가족 여행을 정말 오랜만에 다녀왔다. 세계적 휴양지로 널리 알려진 멕시코 바하 캘리포니아 연안의 카보 산 루카스라는 곳을 다녀왔는데, LA공항에서 비행기로 2시간 거리에 있어 아이들과 함께 다녀오기엔 편리한 곳이었다.
이번 휴가 여행은 말 그대로 여름 바캉스 여행이었던 것 같다. 여름에는 너무 무더워서 오히려 비성수기인 멕시코이지만, 아이들과 함께 방학동안 한 일주일 다녀오기에는 아주 좋은 휴양지였다.
멕시코 여행이 처음이었기에 떠나기 전 걱정이 많았다. 식수가 위생적이긴 할까, 위험하지는 않을까, 음식이 입에 맞을까 등. 걱정을 한아름 안고 불안한 마음으로 멕시코 땅을 밟았지만, 막상 가서보니 괜한 걱정을 했구나 싶었다. 크고 이름 있는 호텔 내에는 식수도 안전했고, 영어에 능숙한 직원들은 항상 친절히 웃는 얼굴로 안내를 해주었다.
음식도 미국 어느 레스토랑 못지 않게 맛있는 부페나 스시 식당이 즐비했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맥도널드, 도미노스 피자등 유명 체인점들도 쉽사리 찾을 수 있었다. 유명 관광지라서 음식값이 생각만큼 저렴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하와이에 비교하면 확실히 저렴했다. 예를 들어, 비수기인 탓이겠지만 최고급 호텔 숙박비는 이곳의 일반 중급 호텔정도였고, 비행기요금은 뉴욕행 비행기 요금의 절반정도 밖에 들지 않았다.
숙박비가 저렴한 이유중의 하나는 인건비가 아주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고급 리조트호텔의 현지 직원들이 하루 일당으로 받는 금액이 단 5달러란 이야기를 들었다. 수입의 거의 전부를 팁에 의지할 것이라는 생각에 팁에 인색할 수가 없었다.
무더운 날씨에도 바닷가에서는 수많은 상인들이 계속 무거운 물건들을 들고 다니며, 여행객들에게 귀찮을 정도로 권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티화나 국경지역과 다를 바가 없었다. 멕시코는 빈부의 격차가 극심해서 최고급 유럽차를 몰고 최고급 호텔에서 관광객과 어울리는 부류가 있는 반면, 관광지를 조금 벗어나면 비포장 도로에 집도 거의 쓰러져가고 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카보 산 루카스 휴양지는 바닷물이 아주 연한 옥색이고 하늘은 구름 한점 없는 지상의 낙원이었다. 바닥이 유리로 되어 있어서 물고기들이 노는 모습을 배 위에서 구경할 수 있는 보트도 있고, 물이 맑아서 얕은 물에서 바다생물들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바닷가에서는 물고기들이 과자부스러기를 주면 가까이 와서 사람들과 함께 놀아주었다.
매일 수영하고, 잘 먹고, 잘 쉬는 동안 일주일은 물살처럼 빨리 지나갔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오는 날, 비행기이 이륙이 지연되어 에어컨도 없는 산호세 댈 카보 공항에서 4시간이나 기다리다 결국은 운항이 취소되어 회사에서 마련해준 호텔에서 하룻밤을 더 지낸 후, 다음날 아침에야 겨우 LA 공항에 도착함으로써 이번 여행의 잊지 못할 추억거리 하나가 더 생겼다.
돌아와 보니 모든 것이 느긋하고 여유로웠던 휴가기간과는 정 반대로 바쁘고 정신없는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주일동안 쌓인 이 메일과 밀린 업무로 며칠간은 눈코뜰새 없이 바빴지만, 가족과 함께 일주일동안 잘 즐기고 쉬었던 귀한 시간이 바쁜 회사 생활을 다시 힘차게 시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세계 어느 곳에 가든 느끼는 것이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서도 우리가 지금 사는 이 곳이 제일임을 알고 감사하게 되었다. 바쁘다고, 힘들다고 불평했던 모든 환경에 다시 감사하고, 바쁜 일상 중에 쉽게 소홀해질 수 있는 소중한 식구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게 되었다.
강소아
텐 커뮤니케이션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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