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의 발걸음은 뜸하고
걸인들은 밤낮으로 찾아와
SF 페리공원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조형물 ‘움직임 : 그 첫 100년’
한미 양국의 외교관게는 1882년 5월22일 한국의 인천에서 한미수호통상조약이 조인 체결됨으로써 시작되어, 다음해인 1883년 9월2일에 첫 견미사절단 보빙사 민영익 일행이 이곳 샌프란시스코에 그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이처럼 역사적이며 뜻깊은 한미관계의 100주년을 맞이하여, 대한민국의 한미수교100주년 기념사업위원회는 한국 국민을 대신하여 동 조약 비준 100주년이 되는 1983년 5월19일 미국 국민에게 이 기념조각 움직임: 그 첫 100년을 기증한다.
이 조각은 한미수교 100주년의 역사적 의미를 재음미하고 앞으로의 양국과 양국국민의 상호신뢰와 우호 협력관계의 계속적인 발전과 전진을 희구하는 표징으로서 두 개가 같은 형태로 제작되어, 하나는 이곳에, 다른 하나는 한국의 인천에 세워진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탑 안에 놓여 있다.
-SF페리공원 내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조형물 동판 한글전문.
세워진 뜻은 그러했으나 관리는 그러하지 못했다.
SF한미노인회(회장 최봉준) 회원 20여명이 추석맞이 대청소를 위해 지난 10일 오전 SF페리공원을 찾아갔을 때, 기념조형물은 거의 만신창이가 돼 있었다. 녹이 슬고 때가 묻은 것은 차라리 약과였다. 여기저기에 지워도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낙서들이 수두룩했고 심지어 줄이나 사포날(일명 페퍼)로 갉아낸 흔적이 최근 생채기가 난 한미관계를 증언하듯 흉물스럽게 드러났다.
롤러보드타기 금지 등 이곳 주변을 깨뜻이 보존하기 위해 경고판에마저 온갖 광고스티커들이 덕지덕지 붙은 마당에 더 말해 무엇하랴. 게다가 조형물은 벽이 되고 그 받침대는 침대가 되어 거지와 노숙자들의 아지트처럼 돼 있었다. 술병과 담배꽁초와 온갖 잡쓰레기로 주변을 치장하고 있었다.
이날 청소로 비교적 말쑥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지만 앞으로 여간 세심한 손길이 없으면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조형물이 또다시 흉물처럼 변할 것은 뻔하다. 그런 점에서 SF한미노인회가 앞으로 매달 마지막주 금요일 오전에 이곳에 대한 대청소를 실시하기로 한 것은 다행스런 소식이다.
그러나 깨끗한 보존만이 능사는 아니다. 우리 한인들이 이 기념물의 존재를 보다 많이 알고 보다 자주 찾아가 지나간 한미수교 100년사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이미 시작된 새로운 100년사의 향도를 가늠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것은 단순히 보기 좋으라고 세워둔 조각품이 아닌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SF한인회 등 다른 단체들이 이 기념조형물에 대해 보다 널리 알리고 자주 찾도록 유도하는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글·사진-정태수 기자>
<사진설명>
0.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조형물 동판. 영어와 한글로 씌어져 조형물 바로 앞에 놓여 있다.
1. 조형물 뒤쪽에 줄이나 사포날 따위로 끝을 갉아낸 흔적이 눈에 거슬린다. 그 주변으로 어지럽게 휘갈겨진 낙서들이 보인다.
2. 샌프란시스코 레크리에이션&공원관리국이 조형물 주변에 세워놓은 안내판 겸 경고판. 그러나 이곳에도 광고 스티커들이 어지럽게 붙어있다.
3. SF한미노인회 회원들이 지난 10일 녹을 씻어내는 특수약과 광택제를 이용해 조형물을 청소하고 있다.
4. 대청소가 끝난 뒤 비교적 말쑥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조형물. SF한미노인회는 앞으로 매달 마지막주 금요일에 청소를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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