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행태도 걷고난 다음 행태도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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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 미주체전 후원금을 둘러싼 샌프란시스코한인상공회의소와 샌프란시스코한인체육회의 갈등이 불거진 뒤 여러곳에서 후원금걷이 행태에 대한 누적된 불만들이 쏟아지고 있다. 물론, 개중에는 특정인에 대한 음해성 비판도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한인사회 활동에 비협조적이라는 손가락질을 받기 싫어서 혹은 후원금을 요청하는 사람이나 단체와의 개인적인 관계 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후원금을 내왔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점에서 SF지역한인회(회장 김홍익)가 지난 봄 발표한 운영백서(초안)를 통해 전시성 민폐성 중첩성 행사를 정리해 교민들의 후원금 부담을 줄이기로 한 데 이어 EB한미상의(회장 전동국)와 SF한인상의(회장 유대진)가 이사나 회원이 아닌 일반인이나 업소를 대상으로 한 후원금을 걷지 않기로 한 것은 늦기는 했지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후원금 문제의 근본원인= 이는 두말할 것도 없이 한인사회에 ‘단체는 많고 재정은 빈약’하기 때문이다. 연방정부나 주정부 등 공공기관이나 단체로부터 최소한의 유지비를 지원받는 단체는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다보니 각 단체의 집행부나 이사회는 행사치레를 위해 후원금걷이에 매달려야 하는 실정이다.
더욱 큰 문제는 단순한 친목회나 특정계층의 권익단체 등 일반인을 상대로 한 후원금을 걷을 할 명분이 거의 없는 단체들마저 관행이란 미명하에 크고작은 행사 때 후원금을 걷는 바람에 교민들에게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또 자체 곳간사정은 감안하지 않고 전시효과를 노려 큰 행사를 개최하려는 일부 단체들의 행태 또한 후원금 원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억지춘향 덤터기 등 후원금 부조리= 많은 단체들이 돈 들어갈 곳은 많고 가진 돈은 적다보니 후원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그나마 후원금을 걷는 단체들도 많아 은연중 단체 간 경쟁전선이 형성되다보니, 온갖 무리수들이 등장하고 있다. 가장 심한 것이 일종의 강제징수(강제할당) 방식이다.
내는 쪽에서는 안면 때문에 또는 그럴싸한 명분 때문에 내기는 내지만 속으로는 뜯기는 기분과 봉 취급을 당한 듯한 불쾌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 본보 14일자 A2면 “따질 건 따지고 풀 건 풀고∙∙∙” 기사에서 일부 인용된 것과 같이 즉석 덤터기가 심심찮게 등장했다. 이는 결국 주는 자와 받는 자의 신뢰관계에 금이 가게 하는 것은 물론 후원금, 나아가 한인단체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역기능을 하고 있다. 실제로 이스트베이지역의 한 사업가는 어느 단체를 꼬집으며 “끼리끼리 노는 친목단체이면서도 손을 내미는 걸 보면서 도대체 양심이 있는 건지 의심스럽다”고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게다가, 기껏 후원금을 받고 그 돈으로 술판을 벌이는 등 용서못할 행태도 비일비재했다는 게 한인사회 후원금을 둘러싼 어두운 유산이다.
◆받고나면 ‘땡’ 결산미흡도 문제= 후원금 부조리는 걷는 과정에 그치지 않는다. 걷고난 다음의 행태도 문제다. 일반인들을 상대로 후원금을 거뒀다면 응당 이들에게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결산보고라도 해줘야 할텐데 일단 받고나면 감감무소식인 경우가 태반이다. 이 때문에 공금집행을 둘러싼 갖가지 확인 미확인 의혹들이 나도는 것은 당연하다.
이와 관련해 SF한인회는 각종 행사뒤 이사회에서 결산보고를 하는 한편 한인회 웹사이트를 통해 이를 전면 공개하면서 다른 단체들에 우회적으로 투명한 공급집행을 압박해왔다. 한인회측은 그러나 아직까지 소기의 효과가 없다고 판단하고 이르면 이달중 늦어도 다음달중 각 단체들이 올해 후원금을 거둔 실태 등을 파악하고 공개결산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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