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들 중에 수트를 수트답게 입을 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대부분의 한국 남성들은 단지 ‘편하다’는 간단한 이유아래 크고 헐렁한 양복을 선호한다.
이렇게 헐렁한 양복은 어쩐지 얻어 입은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옷 주인까지 헐거워 보이게 함을 어쩔 수 없다.
바야흐로 남성의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메트로섹슈얼 수트 전성시대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알피(Alfie)에서 주연배우 주드 로가 몸에 피트되는 수트를 어떻게 입어야 가장 아름다워보이는가를 몸으로 말해준 이래 할리웃 스타들(한류 스타들도 예외는 아니다) 역시 각종 행사와 파티장에서 앞다퉈 터질듯 몸에 착 달라붙는 정장을 입고 나와 남성복 트렌드의 변화를 예고했다.
그뿐 아니다.
샤넬 수석 디자이너인 칼 라거펠트는 에디 슬리먼이라는 애송이 디자이너가 만든 날씬하게 피트되는 수트를 입기 위해서 50파운드 이상을 감량한 것은 패션 업계에선 이미 철 지난 ‘전설’이 돼버렸다.
패션업계 대부 라거펠트를 사로잡은 슬리먼은 최근 런칭한 크리스천 디올의 남성복 라인인 디올 옴므(Dior Homme)의 수석 디자이너를 맡고 있다.
33세 밖에 안된 신진 디자이너는 올해 가을/겨울 컬렉션에서도 타이즈 수준의 팬츠와 지방 1그램이라도 있으면 입을 수 없어 보이는 재킷을 선보여 메트로 섹슈얼리티에 몸이 단 남성들의 다이어트를 부채질하고 있다.
그렇다고 직장생활을 하는 한인남성들까지 디올 옴므 열풍에 가세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중요한 건 제냐(Ermenegildo Zegna)나 질 샌더(Jil Sander) 같은 수트 안감에 붙은 레이블이 아니라, 얼마나 제 몸에 잘 맞아떨어지는가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몸에 잘 맞는 수트란 어떤 것인가.
패션 디자이너들은 잘 맞는 수트란 소매나 어깨선이 몸에 딱 맞는 건 기본이고, 재킷을 입었을 때 가슴 부분이 굴곡 없이 팽팽해야 하며, 등과 옆선 역시 그 안에 주먹하나 들어갈 수 없이 꼭 맞아야 한다.
물론 엉덩이도 청바지를 입은 것처럼 그 주변이 뜨면 안 된다. 말하자면 몸 전체에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피트되어야 한다.
또한 바지 길이는 복숭아뼈 아래로 내려올 정도여야 하고, 셔츠는 단추를 채우고 0.2인치의 여유만 있으면 충분하다.
그리고 타이의 끝부분은 벨트 버클 중앙에 닿아야 한다. 이것만 기억하면 된다.
굳이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부시 대통령을 필두로 하는 평균의 미국 남성들과 한인 남성들을 제외하고는 요즘은 모두들 소매통이 좁은 재킷을 선호하는데, 그건 헐렁하게 펄럭이는 소매가 편할지는 몰라도 우아하게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기사 아직도 드레스 셔츠 안에 러닝셔츠를 입거나, 반팔 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있는 남자들이 있는데 이런 말들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긴하다.
양복 바지 밑으로 드러난 하얀 양말만 아니면 천만다행이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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