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의 수석 비디오게임 디자이너 시게루 미야모토는 동네에선 인기가 없었다. 비디오 게임이 너무 폭력적이고 음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거의 공적 제 1호로 취급됐다. 그런데 그가 요즘 도쿄의 아주머니들 사이에서 인기가 짱이다. 이유는 그가 디자인한 새로 나온 비디오 게임 ‘닌텐독’ 때문이다.
폭력·섹스 없앤 닌텐도 새 게임
가상 개 사육장서 강아지 데려와 기르기
“너무 실감나요” 젊은 여성들 특히 열광
소형 닌텐도 DS용으로 디자인된 이 게임은 가상 개 사육장에서 마음에 드는 강아지를 골라가지고 와서 기르는 것이 내용이다. 10년전 유행하던 다마고치를 연상시키지만 그보다 훨씬 실제와 가까와 아무리 가상 강아지라도 밥도 줘야 하고, 물도 줘야하고 사랑해주고 산책도 시켜야 한다. 목욕을 시켜주지 않으면 벼룩이 생기고 밥을 안주면 집을 뛰쳐 나가버린다. 놀아주지 않으면 구석에 처박혀 심통을 부린다.
폭력과 섹스에 집착해 온 비디오 업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이 귀여운 게임의 가격은 30달러로 북미주에는 지난 8월말 출시된 이후 거의 50만개가 팔려 휴대용 비디오 게임중에서 가장 빠른 판매기록을 세운 것중 하나가 됐다. 이미 일본에서는 백만개 이상 팔렸으니 미야모토의 이웃 여자들이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고와졌을 것은 불문가지다.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일을 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닌텐독’ 같은 게임을 만들었으니 말이다.
이 게임은 닌텐도사에는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고 있다. 폭력성 때문에 대부분의 비디오 게임을 멀리해 온 젊은 여성들이 특히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게임 콘트롤러의 그 수많은 단추에 질렸던 사람들도 좋아한다. 닌텐독은 스타일러스 하나만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닌텐도 DS의 터치 스크린 상에서 스타일러스나 손가락을 사용해서 강아지를 쓰다듬어 줄 수도 있고, 시스템에 내장된 마이크로폰을 통해 강아지 이름을 부르고 이런 저런 재주도 가르치고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산책하다가 강아지가 실례를 하면 반드시 치워야지 안했다가는 동네에서 왕따를 당한다.
존스합킨스대학에서 사무원으로 일하는 매리 맥다노(29)는 버스 안에서나 점심 시간에 ‘닌텐독’ 게임을 자주 한다. 게임기에 래브라도 리트리버종인 트윙키와 비글종 드루의 2마리를 키우는 것이 텔리비전을 보는 것보다 더 재미있다고 말한다. 아이들도 좋아한다. 특히 부모가 폭력적인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하거나 진짜 개를 사주지 않는 아이일수록 열광한다.
이 게임에는 또 다른 ‘닌텐독’ 주인이 근처에 나타나면 알아보고 신호를 해주는 무선기능도 들어 있다. 갑자기 게임기에서 개짖는 소리가 나고 정보가 교환되므로 주인들끼리 만나서 상대방의 강아지를 가지고 놀 수 있고, 또 서로의 강아지들도 마음에 들면 같이 땅에 뒹굴며 핥아주지만 그렇지 않으면 싸우기도 한다.
닌텐도사의 히트 게임인 ‘수퍼 마리오 브라더스’와 ‘동키 콩’을 만든 미야모도에게 이 게임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은 4년전, 집에 셰틀랜드종 개를 들여 놓았을 때였다. 개를 산책시키러 나가면 전에는 한번도 자기한테 말을 걸지 않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친구가 되어 버려 그런 경험이 포함되고, 단순해서 배우기도 쉽고, 폭력과 포르노, 스포츠 타이틀이 난무하는 최근 추세와 담을 쌓은 게임을 하나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다. 미야모토자신의 닌텐독은 잭 이라는 이름의 잭 러셀 테리어로 공중제비, 두 발로 서기와 브레이크 댄스도 가르쳤다.
‘닌텐독’ 게임은 끝이 나지 않는다. 강아지는 영원히 귀엽고, 잘 흥분하고, 사랑을 갈망하는 강아지인 채로 남아 있는다. 그렇게 되면 게임이라기 보다 같이 산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지 모르겠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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