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회사의 프린터나 토너 카트리지는 무척 비싸다. 소비자들은 싸면서 품질 좋은 카트리지를 찾아 헤매지만 녹록치 않다. 틈새시장을 노린 비즈니스가 뜨고 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카트리지 월드’의 한 프랜차이즈에서 카트리지를 리필하고 있다.
신종 리필(refill) 뜬다
프린터 제조업체들은 잉크가 금처럼 소중하다는 것을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 컴퓨터 업계의 선두주자인 휼렛패커드의 경우 2004년 수익의 50% 이상이 잉크와 토너 카트리지 판매에서 나왔다. 이들 제품의 매출 규모는 전체 800억 달러 가운데 25%도 안 되지만 수익을 매우 짭짤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최근 이를 소개했다. ‘어크로스 아메리카’(Across America)라는 소매업체가 갭이나 월마트와 같이 소비자의 출입이 많은 업소에 들어가 프린터나 토너의 카트리지를 직접 가져오는 사람들에게 새 것의 반값에 채워주고 있다.
토너 프린터 잉크 대기업 제품의 반값…갭, 월마트 등에 입점
약 600억 달러 시장, 2004년 23%에서 2009년께 31% 차지
‘카트리지 월드’ 30개국에 프랜차이즈, 연수익 8만달러 가능
“품질은 역시 브랜드” 소비자 고정관념 깨는 게 성장의 열쇠
오스트레일리아에 본사가 있는 ‘카트리지 월드’(Cartridge World)는 전 세계에 이러한 점포를 1,000개나 갖고 있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2003년 중반이래 북미 지역에서 점포 275개를 열었다. 향후 2010년대 초까지 미국 내 점포를 3,000개로 늘릴 계획이다.
새로운 점포 확산은 카트리지 값이 너무 비싸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데 기인한다. 휼렛패커드, 렉스마크, 캐넌 등의 잉크 값이 ‘채널 No.5’ ‘돔 페리논 샴페인’ 등 같은 회사들의 카트리지 값보다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알게 됐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기존의 회사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카트리지 월드’의 대부분 소매점들은 유명 제품보다 한결 저렴하다. 40~60%는 싸다. 휼렛패커드45 잉크제트의 카트리지는 온라인에서 30달러 정도 한다.
그런데 ‘카트리지 월드’는 같은 제품을 16달러50센트에 다시 채워준다. 소비자들의 반향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지난 수년간 소비자들은 카트리지 값을 절약하기 위해 직접 잉크를 리필(refill)하거나 온라인에서 검증되지 않은 중고제품을 구입하곤 했다. 하지만 이들 소매점들은 소비자가 자신의 카트리지를 들고 가 몇 분간 기다리며 리필하는 경우와 이미 업소에서 재주입한 제품을 구입하는 것 중에 원하는 것을 택할 수 있다. ‘래피드 리필 잉크 인터내셔널’(Rapid Refill Ink International Corp.) 등 일부 업소는 카페나 세탁소 등지에 박스를 설치해 픽업 서비스도 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새 마케팅이 효과를 볼 수 있을까? 대기업들이 휘청거리게 할 수 있을까? 가능하다. 대기업들은 카트리지 장사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휼렛패커드는 프린터 부문에 4,000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2,000명의 풀타임 엔지니어가 일하고 있다. 이 부문의 운용비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제3자가 잉크를 납품하는데 카트리지 한 개 값이 1달러도 안 된다.
임금과 장비 비용을 제하더라도 매출의 20%는 순익이다. 괜찮은 장사다.
휼렛패커드와 같은 대기업들은 이제 입장이 그리 편안하지 않게 됐다. 후발주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기술혁신을 꾀하면 가격이 올라가 소비자들의 원성을 살 것이고, 후발주자들과 가격경쟁을 하자니 순익이 준다. 휼렛패커드의 현재 전략은 소송이다.
‘카트리지 월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자사제품의 잉크 배합을 본 땄다는 것이다.
향후 시장 판도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현재의 독과점은 지속되기 어렵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590억달러 시장에서 현재 후발주자들의 지분은 5% 정도이지만 모조상품까지 망라하면 그 지분이 2004년 23%에서 2009년 31%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품질에서 차이가 있는 것이 문제다. 값은 싸지만 선명도나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중고나 재활용 제품으로 하지만 가족사진을 프린트할 때는 유명제품을 사용한다는 소비자들도 있다. 후발주자들 또는 잉크를 자체 제작하는 프린터 업체들 간 경쟁도 치열하다. 카트리지 기술이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어 더욱 그러하다.
‘카트리지 월드’는 1997년 설립돼 현재 30개국에 점포를 갖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이 3억달러에 이른다.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운영되는 ‘카트리지 월드’는 로열티 8%를 제하고도 연 수익 8만달러를 올리는 점포들이 있다. 장사가 잘 되다보니 여러 개의 점포를 운영하려는 지원자들도 적지 않다.
아이다호 보이스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매트 리셀(29)은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에서 세일즈맨으로 일하다 카트리지 월드 프랜차이즈를 시작했다. 직원들도 꽤 된다. 사람들이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젠 카트리지의 위력을 실감하고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리셀은 신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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