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주 레드몬드의 인터넷/컴퓨터 중독치료 서비스에서 힐러리 캐시 박사가 환자와 상담하고 있다.
컴퓨터에 매달린 시간량이 아니라 중요한 일이 있을 때도 중지 못하면 ‘중독’
실직·가정파탄·자살로 이어져… 식은 땀·극도의 불안 등 금단 증상도 나타나
인터넷도 중독될 수 있을까?
마이크로소프트 본사가 있는 워싱턴주 레드몬드에서 ‘인터넷/컴퓨터 중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힐러리 캐시 박사를 비롯한 정신 건강 전문가들은 ‘인터넷 중독증’
이라는 진단을 내며, 환자들을 ‘온라이너홀릭’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1억8,900만명을
헤아리는 미국의 인터넷 사용자중 6~10%는 알콜이나 마약 중독처럼 파괴적인
중독자일 것으로 추산하며 어서 치료해야 한다고 서두른다. 반면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 과연 공식적으로 중독으로 규정될 수 있는 것인지 회의하는 전문가들도
없지 않으며 인터넷 중독을 일시적 유행병으로 보는 이도 있다. 이들은 인터넷을
강박적으로 사용하더라도 이미 인정받고 있는 중독증상들과 마찬가지로 건강이나
가정생활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인터넷 중독 진단을 옹호하는 이들은 과도한 인터넷 사용자중 다수는 도박이나 포르노 등에도 중독돼 있다고 반박한다. 매일 웹 서핑, 주식 거래, 인스턴트 메시지와 블로그등을 하느라 몇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넓은 의미에서 인터넷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며 특히 인터넷 비디오 게임에 중독되는 사람들은 급속도로 늘고 있다는 것이다. 캐시 박사를 비롯한 이들은 인터넷을 남용하는 이들은 십중팔구 우울증이나 강박증등 다른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요즘 어디에서나 손쉽고 값싸게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이 제공하는 익명성, 현실도피 기회는 건강한 사람까지 중독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캐시 박사가 치료하고 있는 환자 마이크 같은 사람은 인터넷 중독 위험성이 높은 사람이다. 실직자로 어머니와 함께 살며 알콜 및 마약 남용, 우울증과 싸우고 있는 그는 인터넷 중독 진단시 사용하는 15개 증상에 관한 질문중 13개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컴퓨터 없이는 살 수가 없고, 온라인에서 보낸 시간에 대해 거짓말을 하며, 취미나 사교생활 단절, 허리 통증과 체중 증가 등이 그 증상들이다.
이미 웹 중독자들에게도 약물중독자 치료에 사용되는 방식을 적용하는 치료사, 입원 재활센터 등이 늘어가고 있지만 아직 정신과에서 질환으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보험회사가 치료비를 커버해 주지 않아 자비 부담 혹은 다른 명목으로 보험에 청구하는 실태다.
일리노이주 피오리나에 있는 프록터 하스피틀은 과도한 컴퓨터 사용에서 회복하도록 입원치료를 제공한다. 컴퓨터 중독 환자들도 식은 땀을 흘리거나 극도의 불안등 편집증에 시달리는등 알콜이나 마약 중독 환자들과 비슷한 금단 현상에 시달린다고 그곳의 전문가들은 말한다. 컴퓨터 이외에 블랙베리, 트레오등 다른 전자기구들에 중독된 이들도 있는데 이 병원은 코케인부터 컴퓨터까지 모든 중독환자들을 똑같이 취급한다. 이 병원 부원장 릭 제어는 테크놀러지와 인터넷 중독은 앞으로 늘으면 늘었지 사라질 리는 없다고 장담한다.
인터넷 중독에 관한 주요 연구자인 킴벌리 영 박사가 1994년에 창설한 펜실베니아주 브래드포드의 온라인 중독 센터에서는 온라인 불륜에 빠진 이의 배우자 돕기, ‘e 베이’ 중독 치료및 면담, 전화, 온라인을 동원한 종합 행동 수정 요법을 사용한다.
이 분야의 또 다른 주요 인물인 마레사 헥트 오잭 박사는 매서추세츠주 벨몬트에 있는 매클린 하스피틀의 컴퓨터 중독 연구소 소장이자 하버드 의대 조교수. 1996년에 이 병원에 인터넷 중독 클리닉을 만들 때만해도 모두들 자신을 미친 사람 취급했다고 회고한다. 오잭 박사는 바로 자기 자신이 컴퓨터 게임에 빠져 만사를 뒤로 미루고, 잠을 못자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줄이는등 중독자가 돼 가는 것을 깨닫고 클리닉을 만들었다. 처음에 이 클리닉에서 기껏해야 일주일에 2명의 환자를 봤지만 지금은 수십명을 보고 전국 각지에서 걸려 오는 상담 전화를 하루에 대여섯통씩 받고 있는데 인터넷 비디오 게임에 중독된 가족을 염려하는 사람들이 걸어오는 전화는 점점 더 많아만 지고 있다고 했다.
10년 전부터 인터넷 중독 치료를 시작한 힐러리 캐시 박사도 인터넷 중독은 심각한 질환이 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때문에 직업을 잃고 결혼 생활도 파탄이 나 자살하려는 환자를 치료한 일도 있다.
일부 상담가및 전문가들은 인터넷 중독의 진단에는 컴퓨터 앞에서 보낸 시간의 양이 아니라 인터넷 사용으로 실직, 배우자와의 불화, 우울증, 고립감과 불안 같은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중지하지 못하는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프록터 하스피틀의 제어 부사장은 “내가 인터넷 사용을 통제하지 못하면 인터넷이 나를 지배하는 것”이라고 말하는데 캐시 박사를 비롯한 치료사들은 틴에이저 및 젊은 환자들이 점점 더 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어려서부터 컴퓨터 앞에서 게임 하고 인스턴트 메시지 보내느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자란 이 젊은이 환자들은 주의력 결핍이나 사교술 부족등 중요한 발달상의 문제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여름 퓨 인터넷및 아메리칸 라이프 프로젝트 보고에 따르면 틴에이저들이 온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매일 인터넷에 들어간다는 틴에이저는 51%로 2000년의 42%보다 증가했다. 그러나 사교술이 부족해지고 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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