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봉급생활에서 내년이면 은퇴한다. 자녀교육은 다 끝났다.
살고 있는 집 외의 아파트를 갖고 있을 필요가 없어 150만달러에 팔았더니 남은 모기지, 에이전트 수수료, 세금, 십일조를 내고 딱 100만달러가 남았다.
나라면 이 돈을 어떻게 쓸까. 아마 대부분의 한인들과 마찬가지로 못 가본 여행 가 보고, 프라이빗 골프장 멤버십도 장만하고, 고급 차도 타보고, 장가를 갔으나 아직 집 장만 못한 아들도 도와주고, 그리고 여유가 있으면 좋은 일에 도네이션도 해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풀러튼에 사는 임동순(65·LA카운티 공무원), 임미자(64) 부부. 골프는 퍼블릭(주로 라미라다 골프장)에서 치고, 자동차는 모두 캠리를 타는 부부는 지난해 말 그 100만달러를 선뜻 UCLA 한국학연구소 산하 한국 기독교 프로그램에 기부했다.
한국일보 1월27일자 보도에서 임씨 부부는 ‘은퇴 후 좋은 일로 미국사회에 보답하고 싶었다’고 100만달러 쾌척의 동기를 밝혔다.
그러나 궁금했다. 비즈니스로 큰돈을 벌지도 않은 그들, 26년간 갖고 있던 아파트를 팔아 이제 재산이라고는 풀러튼의 자택과 약간의 저축뿐인 그들은 어떻게 그런 용기(?)가 생겼을까. 자녀들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UC샌디에고를 나온 딸과 UCI를 나온 아들이 이제 약사로, 브로드컴 회사의 매니저로 모두 제 밥벌이를 합니다.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한 후 ‘이제 우리도 뭘 해야지’ 하고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하나님이 우리 대화를 듣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100만달러 기부는 저희도 생각 못한 것이었지요”
그 아파트를 사준 후 한번도 연락 없던 에이전트가 구매자가 나타났다며 2년 전 느닷없이 연락해온 것, 조정 후 총소득(AIG)의 50%였던 기부금 한도(때문에 처음에는 30~40만달러 기부를 생각했었다)가 지난해 카트리나 사태 특별법으로 100%까지 상향조정된 것 등이 자신들의 대화를 듣고 마련하신 하나님의 계획이라는 설명이다.(비신자인 나는 하나님이 반복 언급되는 일상대화는 따분해지기 쉬운데 이 부부와의 대화에서는 그렇지 않았으니 왜였을까?)
그러나 자녀들은 섭섭한 듯했다. 나성영락교회 장로인 임씨는 림형천 목사의 추천으로 UCLA 기부를 결심했는데 결정 소식을 들은 아들의 첫 마디가 ‘아버지 돈은 아버지 거고 내 돈은 내거니까’라며 시큰둥했던 것.
“지난 달 UCLA 초청, 교수들과의 디너에서 기부금의 취지는 이해했습니다. 그러나 어릴 때 미군에게서 받은 도움부터 36년 전 200달러 갖고 유학 와 이렇게 행복한 삶을 갖게 한 미국에 대한 보답과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도구로 돈을 쓰고 싶은 제 생각을 아이들이 완전히 이해하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저도 젊었을 때는 돈 잘 벌어 멋지게 살겠다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그러나 돈은 좋은 종이요, 나쁜 주인입니다. 살아있을 때 사회 환원하지 않으면 사후 화근이 됩니다. 내 나이가 될 때까지는 이해되지 않을 겁니다”
나이가 드니 사고에 대비, 좀 더 튼튼한 차로 바꿀 생각은 있다는 임씨 부부. 아발론을 맥시멈으로 정해 놓았다.
김현숙 OC 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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