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타임스와 OC 레지스터지에 나란히 게재된 13명의 얼굴을 본다.
40대 한인도 한 명 끼어 있는 그 얼굴들은 대부분 착하고 상냥해 보인다. 범법자들의 얼굴이 아니다.
이름과 나이와 직업, 거주지도 자세히 나와 있다. 29세 제약기술자, 19세 실업자, 31세 무역업자, 21세 학생, 40세 스타벅스 수퍼바이저, 33세 엔지니어, 27세 바텐더, 43세 노동자, 51세 CHP 루테넌트…
미국 언론들은 이중 51세 CHP 루테넌트에 관심이 집중되었지만 내 눈은 역시 40대 한인에게 오래 머문다. 선량하게 생긴 얼굴.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보다 ‘왜 이런 몹쓸 짓을 했을까, 앞으로 어찌 살까’ 안타까움이 앞선다.
이들은 OC 검찰과 라구나비치 경찰국이 합동으로 펼친 인터넷 성범죄 함정수사에 걸린 용의자들이다(한국일보 23일자 1면, 오렌지면 보도).
검찰은 이들을 지난 18일 오후 2시부터 새벽 1시까지 11시간에 걸쳐 라구나비치의 한 아파트에서(CHP 루테넌트만은 신중하게 장소를 공원으로 변경했으나 역시 수갑을 찼다) 모두 체포했는데 ‘부모 없는 빈 아파트에 혼자 있는 12~13세 소녀’를 만나는 기대에 부풀었다가 경찰과 부닥치는 날벼락을 만난 이들 중 일부는 도망치려다 붙잡혔고 우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꽃을 들고 온 29세의 용의자는 소녀의 엄마로 가장, 아파트에서 기다리고 있던 여성 수사관에게 자신이 12세짜리 딸과 데이트하려는 이유를 열심히 설명하기도 했다.
OC 검찰의 함정수사는 지난 9일부터 시작됐다. 청소년들이 즐겨 찾는 웹사이트에 12~13세 소녀들의 가상 사진과 신상정보를 올리고 접촉해 오는 남성들과 채팅을 했다. 남성들은 아이스크림, 영화, 부모 이야기 등 순진한 대화로 시작해 자신들의 사진을 보내고(일부는 자신이 보이프렌드가 되기에는 너무 늙지 않았나 물어보기도 했다) 드디어 전화로 약속시간과 장소를 정해 라구나비치 아파트를 찾았다가 체포된 것이다.
이들은 아파트에 올 때 꽃, 캔디, 술, 춘화, 카메라 등을 들고 왔으며 대부분 콘돔을 준비했다.
아동 성추행 시도혐의로 기소된 이들은 유죄판결 시 최고 4년형을 받는다. 그러나 형이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낯을 들고 다닐 수 있을 것인가.
지난달 리버사이드 카운티 경찰의 함정수사에서도 3일간 한인 1명을 포함한 51명이 체포되었다. 토니 로카커스 OC 검사장은 어린이들과 온라인 채팅을 할 경우 경찰과 상대하고 있을 수도 있음을 명심하라며 미성년 대상 성범죄 함정수사가 계속될 것임을 경고했다.
LA타임스와 OC 레지스터가 용의자들의 사진을 게재하고 신상명세를 상세히 밝힌 것도 언론에서 자세히 공개해달라고 한 로카커스 검사장의 요청을 받아들인 때문일 것이다(본지는 죄질은 중하나 한 번의 잘못으로 인생을 매장시킬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 한인 용의자 사진을 게재하지 않았다).
지난달에는 또 한인 여성 2명이 웹사이트에 광고를 하고 요바린다의 콘도에서 매춘행위를 하다 체포되었다.
그 사건은 50대인 그들이 포주가 아니고 직접 전선에 나섰다는 점에서도 화제가 되었었다.
전에 없던 망신스런 일로 법망에 걸려드는 OC 한인들이 증가하는 것. OC 한인사회의 양적 팽창에 따르는 피치 못할 동반자인가?
김현숙 OC 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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