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며칠간, 결코 자랑스레 내놓을 만한 일은 못되나 나로서는 새로운 두 가지 경험을 했다.
하나는 100세 먹은 사람을 처음 본 것이고(100이란 숫자는 어쩐지 먹었다는 말이 점잖은 표현 보다 피부에 와 닿는 것 같다) 또 하나는 에인절스 구장을 처음 찾은 것이다.
100세의 절반 이상을 살고도 100세 먹은 사람을 처음 본 것은 우선 그렇게 장수하신 어른이 집안에 안 계셨고 한인 커뮤니티에도 103세까지 사시고 그 6개월 전까지 일터에 나오셨던 유명한 김명환옹이 계셨지만 그 연세 때 뵙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본 100세인은 MTA에서 70년간(부인 장례일 딱 하루 결근) 일하고 있는 아서 윈스턴씨로 본보 2월3일자 기사에 감동 받은 아리랑마켓 지종식 사장(역시 고용주들은 오래오래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을 좋아한다.
더구나 요즘에는 마켓 증가와 한인들의 힘든 일 기피로 일손 구하기가 전 같지 않다 한다)이 오렌지카운티로 초청, 저녁을 대접한 자리에서였다.
어린아이 같이 귀여운 얼굴로 계속 생글생글 웃고 계신 그 분은 발음만 똑똑치 않을 뿐 정정했다. 식사도 생각보다 너무 잘하셔, 혹시 뒤탈 날까 초청인이 걱정할 정도로 모든 것이 정상인 그 분의 100세 비결은 단순했다.
‘스트레스 받을 일을 만들지 말고 매순간을 즐겨라’.
그 분을 뵌 다음날 한국의 개그맨 김영곤씨가 48세로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은 그의 직업이 남을 즐겁게 하기 위해 본인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었던 만큼 윈스턴씨의 비결이 정답임을 입증한 것이라 하겠다.
그 윈스턴씨의 장수비결을 며칠 뒤 에인절스 구장에서 만끽했다.
야구를 즐길 줄도 모르면서 에인절스 구장으로 한국 대 일본의 경기를 보러간 것은 나름대로 몇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첫째는 ‘우리가 뛰지 않는 야구경기를 보면서 이렇게 초조해본 적이 없었다’고 한(결국엔 차려준 밥상도 받아먹지 못하고 4강 탈락한) 미국 팀 매니저 벅 마티네스와 달리 만약 일본에 지더라도 6점 이하면 4강에 오를 수 있어 스트레스 없이 느긋하게 즐기며 관전할 수 있다는 점, 둘째는 3번이나 한국 경기가 펼쳐지는데 한번도 안 갔다가는 매국노로 낙인찍힐 것 같은 커뮤니티의 광적(?)인 분위기(더구나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은 본보 공식 후원행사임), 셋째는 오렌지카운티안(Orange Countian)으로서 에인절스 구장을 한번쯤은 가봐야 하지 않겠나 하는 의무감, 마지막이지만 사실상 가장 큰 이유는 한국선수들이 모두들 잘 생겼기 때문이었다.
그 잘 생긴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직접 보면서 내가 얼마나 즐거운 시간을 가졌는지는 그 날 저녁 구장에서 관전하고, 그날 밤 집에 가서 TV로 또 보고, 다음날 신문에서 또 읽고, 운전 도중 라디오에서 또 듣고.
같은 내용을 수십번 보고 듣고 또 이야기해도 질리지 않았던 독자 여러분들이 잘 알 것이다.
이번에 수고한 OC 한인회 등 OC 여러 단체임원들을 비롯, 한인 관중들의 애국심도 한국팀 승리에 큰 몫을 했으나 한 가지, 스포츠 행사에 ‘독도는 우리 땅’ 플래카드는 적합치 않아 보였다.
그 날 나의 수명을 100을 향해 좀 더 연장해 준 우리 선수들. 이제부터 나도 한국야구 팬이 될 것 같다.
김현숙 OC 지국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