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국에서 최초로 불법체류자에 대한 이민법 집행을 추진중인 코스타메사시의 경찰국장이 지난주 은퇴를 발표했다.
시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제 막 50회 생일을 지나 은퇴연금 수혜 자격이 생겼다고 한다. 하지만 노후 대책이 튼튼하다 해도 현직을 맡은 지 3년이 안되고 더구나 군대, 경찰에서만 뼈가 굵은 사람이 인생의 황금기에 일을 그만둔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안 된다. 발표 첫날에는 ‘많은 생각과 기도 끝에’라는 말뿐이었고 다음날 ‘이민법 집행은 이유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시정책 반대자들이 그의 은퇴를 안타깝게 여기는 반면 찬성파들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하는 것을 보면 불체자에 대한 이민법 집행 정책 때문에 그가 고민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코스타메사가 로컬 경찰에게 부여하겠다는 불체자 단속권은 선량한 불체자는 관계없고 중범에게만 해당되는 것이지만 불체자의 입장에서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정책이다. 선의의 행동도 경찰이 오해하면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르니 맘놓고 거리를 다니기가 무서워질 것이다.
때문에 불체자 인권 및 인종 이슈뿐 아니라 경제적인 면에서도 이 정책을 비난했던 사람들이 지난주에는 예상대로 비즈니스 피해가 크다며 또다시 시청에서 목청을 높였다.
경찰의 단속에 걸릴 것을 두려워하는 히스패닉들이 코스타메사가 아닌 이웃 도시로 나가 밥도 먹고 머리도 하고 샤핑도 한다는 것이다. 그 정책은 아직 실시 전이고 나쁜 짓을 저지르지 않는 일반 불체자는 상관없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그들의 두려움은 가시지 않는 것이다.
코스타메사가 불씨를 지폈는지, 지금 미국은 온통 불체자 문제로 뒤숭숭, 어수선, 산란하다.
사우스 LA 하이스쿨 교사인 내 딸은 이민법안에 대한 대규모 시위가 전국적으로 열렸던 지난달 마지막 일주일을 교내 감옥생활(?)로 보냈다. LA 다운타운에 위치한 그 학교는 학생 대부분이 히스패닉이다. ‘나오라’고 외치는 타 학교 학생들의 선동과 뛰쳐나가고 싶어하는 학생들, ‘창문을 모두 닫고 학생들을 진정시켜라’며 본인들은 흥분해서 소리치는 간부들 사이에서 교사들은 진땀을 뺐다.
학생들의 교정 이탈을 막기 위해 등교부터 퇴교 때까지 학생들과 선생은 한 교실에서 씨름했다. 점심때도 다 큰 학생들이 초등학생들 같이 교사의 인솔하에 식당에 가서 음식을 타 가지고 교실로 되돌아와 모두 함께 식사했다. 학생이 화장실에 갈 때는 교직원 누군가가 따라갔다. 공부는 물론 뒷전이고 교사들끼리 테입을 돌려가며 거의 하루종일 영화만 틀어주었다.
오늘 또다시 시위가 있다 한다. 이번에는 한인의류 및 봉제업계도 참여한다.
점심을 마치고 가든그로브 길을 따라 신문사로 들어오면서 홈디포 앞에 쭉 서있는 일일노동자들을 자주 본다. 나도 한국일보 지국이 지금의 자리로 이전할 때 그들을 불러다 쓴 적이 있다.
지난번 칼럼에서도 썼듯이 미국이 제3국가로 전락하지 않는 한 불체자는 사라지지 않는다.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는 타운사람들 중에도 뒤늦게 불체자 신분이었음이 알려져 놀라는 일이 종종 있지 않던가. 합법 이민자들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고 선량한 불체자들을 도울 수 있는(그것도 공정하게) 묘책은 쉽지 않다.
4월도 중순으로 들어서는데 날씨는 심술을 그치지 않고 사람들은 불안하고 분노하니, 금년 봄은 무언가에게 빼앗긴 것 같은 느낌이다.
김현숙 OC 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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