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정상담소 김선영 소장이 10일 상담전화를 받고 있다.
긴급 취재 부부갈등 살인사건 계기로 본 한인 가정의 문제점
한미가정상담소, ‘부부 갈등’ 상담 최다
A씨는 남편과 이혼 후 주말만 딸아이를 전 남편에게 맡겨왔으나, 주말 사이 전 남편이 딸아이에게 손찌검을 한 일이 발생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경찰을 부르고 싶었으나, 너무 극단적인 해결방법이었고,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수도 없어 분을 삭이지 못하다가 한미가정상담소(소장 김선영)에 도움을 청하게 됐다. 최근 연달아 발생한 한인 가정의 참극이 남의 일 같지 않아서다.
한국에서 이혼 후 아이와 함께 미국의 현 남편에게 시집온 B씨는 점차 결혼관계가 악화되다 못해 남편과 시어머니가 ‘영주권 목적으로 결혼한 것 아니냐’며 오해하는 갈등상황에 이르렀다. 또 다시 ‘갈라서자’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릴 뻔했지만 남편도 상담을 받는 것에 동의해 어려운 고비를 넘겼다.
잇따라 한인 가정에서 비극적인 사건이 터져 나오면서 이민자 그룹으로서 한인가정의 정신건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민자 가정은 체류신분, 경제문제, 자녀교육 등의 요소가 종합적으로 조화를 이뤄야만 안정될 수 있지만 어느 하나만 삐걱거려도 큰 갈등으로 발전할 여지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갈등 해결의 자구책이 없으면 주위 사람들에게라도 도움을 요청해야 하나 ‘문제를 쉬쉬하는’ 한국식 문화가 문제를 오히려 키우고 있다.
한미가정상담소 2005년도 상담 통계(총 2,267건)에 따르면 부부갈등(17.3%), 배우자 부정(9.5%), 배우자 폭행(11.5%), 배우자 가출(6.1%) 등 부부 사이 문제가 총 44.4%를 차지했으며 자녀 갈등(11.4%), 경제 파탄(7.1%)도 주요 상담 이유였다.
김선영 소장은 “두드러지는 이유로 통계를 뽑지만 실제로는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면서 “노출되는 문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겨나는 이유를 정확히 이해해야 해결 노력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당수 갈등의 단초는 경제적 문제가 제공한다. 김 소장에 따르면 초기 이민자들은 막연히 미국에 와서 직장을 얻지 못한 채 갖고 있던 돈마저 소진해 갈 경우 스트레스가 발생해 가정에 불화가 생기게 되는 것이 전형적인 사례다.
이민 연수가 오래돼 안정됐더라도 모은 돈을 사업에 투자해 실패했다거나 하면 부부가 서로의 책임을 묻기 시작해 둘 중 하나는 보통 우울증에 빠지고 만다는 것이다.
여기에 남편이 50대를 넘어서면서 의욕과 육체적 자신감은 줄어들고, 자신을 찾기 위해 방황하는 일명 ‘사추기’에 접어들면 갈등상황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소장은 “극단적 사건들은 불만이 누적됐지만 솔직히 털어놓고 도움을 구하지 않는 문화가 원인”이라면서 “가장은 부인과 자녀들로부터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자녀들에게 복잡한 상황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왜곡된 사랑이 극단적 폭력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미가정상담소 올해 1·4분기 상담통계(총 534건)
▲부부갈등 72(13.5%) ▲자녀갈등 66(12.4%) ▲배우자 폭행 55((10.3%) ▲경제파탄 52(9.7%) ▲배우자 부정 50(9.4%) ▲교육문제 50(9.4%) ▲친족간 갈등 40(7.5%) ▲법률문제 37(6.9%) ▲가출 36(6.7%) ▲질병(우울증) 24(4.5%) ▲도박 19(3.6%) ▲음주·마약 15(2.8%) ▲사회보장 10(1.9%) ▲의처·의부증 6(1.2%) ▲기타 2(0.3%)
<배형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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