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급진단 시리즈 <3 .끝 > 한인사회가 나서야 한다
가족간 범죄를 대할 때마다 한인들은 제 정신이 아닌 개인의 돌출 행동으로 치부해 왔다. 그러나 최근 LA에서 연이어 터진 존비속 살해·자살 사건은 한인들의 생각을 바꾸어 놓고 있다. 그 같은 범죄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한인 사회가 축적한 물질적 부의 뒤에 가려져 있던 부작용이란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가족 살해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비극의 재발 예방을 위해서는 한인 단체와 교회 등이 앞장서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가정폭력 핫라인(1-800-527-6529)과 가정폭력피해여성상담소인 희망의 집(운영위원장 준윤)을 운영하고 있는 한미여성재단은 가정불화와 정신 갈등을 겪는 한인을 위해 24시간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워싱턴 가정상담소(이사장 박옥영) 오영실 총무는 “가정폭력 또는 이혼 등으로 고민하는 한인가정의 문제가 외부로 노출될 때는 곪을 만큼 곪아 더 이상 치유하기 어려울 때가 대부분”이라며 “다른 사람 또는 기관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상식을 한인들이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인들이 교회와 동창회 등 각종 친목모임에 참석해도 ‘소유를 뽐내는’ 문화로 인해 마음을 열고 서로에게 쉽게 다가설 수 없다는 교계 관계자의 설명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워싱턴 한인 봉사센터(이사장 김기영)에서는 지난 11일부터 ‘이혼 후 건강한 삶의 회복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6주간의 계속될 프로그램에서는 이혼 당사자의 홀로서기, 가정해체시 가장 큰 피해자인 자녀를 위한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한다.
가정상담소, 봉사센터, 하이 패밀리(대표 송길원 목사) 등 3개 단체가 7월에 공동주최하는 ‘행복플러스 가족 캠프’도 가족과 가정의 소중함을 재확인하는 맥락에서 실시된다.
지난 2월부터 청소년 및 가정 상담실을 개설, 운영하고 있는 성정 바오로 한인 천주교회(김용성 신부)를 비롯 한인 교회들도 한인들의 영적 구제에서 외연을 넓혀 각종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특히 한인 교회는 소셜 네트웍을 위해 교회를 찾는 한인이 많은 만큼 신앙의 보루 역할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공동체의 역할도 수행해야 하는 책임감이 막중하다.
한 목회자는 “설교란 일방적인 방식을 넘어서서 교회가 교인들의 아픔과 고민의 표현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며 구역 또는 셀 모임 활성화 등을 통해 교회가 한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람직한 남편과 아버지 교육을 통해 가정의 화목을 유도하고 있는 좋은 아버지재단 워싱턴 지부(대표 김왕근)와 두란노 아버지 학교 운동본부 등도 아버지 학교를 지속적으로 운영한다. 아버지 학교는 가부장적 관념을 갖고 있는 한인 남성들이 겪는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어려움을 공유, 이민생활에 힘들어하는 한인 남성들의 스트레스를 덜어 줄 전망이다.
타인종들은 한인들을 ‘근면하고 성실하며 경제적 성공을 거둔 소수계’로 높이 평가하면서도 ‘얼굴에 웃음이 없는 무뚝뚝한 민족’이라고 말한다. 물질적 풍요에 대한 중압감과 성공 지상주의가 한인들에게서 마음의 여유를 빼앗아 갔다는 의미다. ‘소유가 아닌 존재를 나눌 수 있는 가족·친구가 경제적 성공보다 소중하다’는 명제가 2006년 4월 미주한인사회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정영희 .이석호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