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2일 결혼 50주년을 맞는 애난데일 거주 이영기(75)·임재순(72)씨 부부는 화사한 5월의 햇살처럼 포근하고 넉넉한 점이 서로를 닮았다.
50년 동안 큰소리 한 번 내지 않고 평탄하고 화목한 삶을 살아 온 이들 부부가 제일 덕목으로 꼽는 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과 존중.
경기도 파주에서 태어나 자란 이들 부부는 56년 결혼 파주 대원교회에서 혼례식을 올렸다. 같은 교우였지만 다른 동네에 살았고 이씨가 군대에 가 있었기에 이들은 얼굴한 번 못보고 부모님이 정해준 혼인에 따랐다. 당시 이씨는 25세, 임씨는 22세.
“우리 때는 다 그랬어요. 부모님이 하라면 하는. 결혼은 서로 노력하는 거라구 봐요. 세상에 내 맘에 쏙 드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서로 한 발씩만 양보하고 존중해 주면 두루두루 다 평안해져요.”
남편의 말에 부인이 “그럼요. 사람 미운것만 보기 시작하면 끝이 없어요. 좋은 점, 고마운 점만 보고 서로 아끼며 사는 게 최고지요”라며 맞장구친다.
당시 헌병대에 근무하던 신랑을 결혼식에서 본 첫 모습에 대해 “인물이 정말 좋았다”며 임씨는 소녀처럼 얼굴을 붉혔다.
아내의 말에 “우리 집사람도 그땐 정말 이뻤지. 지금도 이쁘지만...”이라며 이씨는 아내의 손을 잡았다.
결혼 후 파주, 문산에서 미군 부대 군속으로 15년 근무하다 74년 워싱턴에 단돈 400달러를 들고 이주했다. 올망졸망한 아들 넷의 교육과 생계를 위해 이들 부부는 청소부터 안 해 본 것 없이 열심히 일했다. 이씨는 미국 건축 회사에 30년간 근무하다 지난해 은퇴했다.
이씨는 “70 평생을 열심히 살아 왔어요. 남들처럼 내세울 것은 없지만 가정하나 잘 꾸려 왔다는 것과 잘 커준 아이들이 고마울 따름”이라며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어요. 행복은 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바로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적은 수입을 갖고 평생을 살아오면서도 불평 한마디 없이 편하게 해줘 고맙게 생각한다”며 부인에게 다정한 눈길을 보냈다.
부인 임씨는 “바깥양반이 단 한번도 큰소리 내지 않고 집안 일 결정에 반대한 적이 없이 전적으로 믿고 맡겨 줘 평탄하고 무난하게 살아 올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장남 호진씨는 고려제과, 차남 호철씨는 애난데일 떡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삼남 호성씨는 훼어팩스 병원 방사선과 전문의, 막내 호식씨는 부동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 동안 이씨의 형제 3명과 사촌 4명, 임씨의 형제자매 6명이 이들 부부의 도움으로 미국에 정착했다. 지금 집안 대소사에 집안 친척들이 모이면 100여명은 족히 넘는다.
맏며느리 박인순씨는 “시부모님은 인정이 많으시고 신앙심이 깊으셔서 그런지 보이지 않게 남을 많이 돕는다”며 “남의 어려움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주시는 시부모님께 많은 것을 배운다”고 말했다.
요즘 이들 노부부는 10여년전부터 젊은 시절 전쟁후 가난속에서 가져보지 못한 ‘뒤늦은 신혼여행’재미에 듬뿍 빠져 있다. 비용은 매년 세금환불을 받은 공돈(?)으로 충당한다.
지난주 다녀 온 모로코와 스페인을 비롯 지금까지 26개국을 다녀왔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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