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시즌이 다가오면서 한인들의 후원 움직임이 꿈틀되고 있다. 이번 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메릴랜드 주지사 선거 출마 후보에 대한 한인들의 후원이 구체화되는 가운데 로버트 얼릭 주지사 후원회가 제일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신문 광고를 통해 얼릭 주지사의 친한인적 정책과 공약들을 소개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참여자의 면면도 지역사회에서 신망을 얻는 인사들이 다수여서, 탄탄하게 구성됐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하지만 얼릭 후원회는 발족과 함께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다.
우선 한기덕 메릴랜드한인회장의 참여이다. 한 회장은 담배·캔디 도매회사인 트리플씨 도매상 대표로서 4년전 메릴랜드의 동종 업체 대표들과 함께 자신의 사무실에서 주지사 선거에 첫 도전한 얼릭 후보 지지 모임을 연 바 있다. 따라서 그가 이번에 다시 얼릭 후보를 후원하는 것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가 도매상 대표가 아닌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한인회장이라는 점에서 입장이 다르다.
한 회장은 개인적인 입장이라고 하지만 본인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한인회의 공식 입장으로 외부에 비춰지기 때문이다. 한 회장은 대외적인 활동을 할 때 한인사회의 대표자라는 공인의 입장을 명심해야 한다. 이사회는 고사하고 임원회의 동의조차 없이 특정 정당의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게다가 한회장은 개인 명의로 이사들을 포함 수 십명의 한인들에게 후원요청 편지를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민주당 지지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으며, 다른 인사들도 한인회장의 편지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한인회 활동을 통해 얻은 인적 사항을 개인의 정치적 활동에 이용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후원모임 장소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6월 3일로 예정된 모금 리셉션 장소가 모 대형 식품점 사장 자택으로 전해지자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인사는 4년전 자신의 업소에서 민주당 후보에 대한 후원행사를 대대적으로 연 바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집권시절에는 민주당 후보, 공화당 집권시절에는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는 처사에 대해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한인들을 이익만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볼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인물이 아닌 정당을 선거 때마다 바꾸는 행위는 정당성을 찾기 어렵다.
민주사회에서 지지 후보의 선택이 자유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한인사회의 대표자이거나 한인들을 대표해 후원할 경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후보들에게 한인사회 전체가 자신을 지지하거나, 한인들은 정견이나 정책보다 권력을 찾는 집단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인들을 대상으로 후원활동을 한다면 개인의 영리추구보다 한인들의 목소리를 정확히 전달하는 역할도 함께 하기를 기대한다.
<박기찬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