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연애시대’서 지호 역으로 주목
어릴 때부터 말이 별로 없었어요. 드라마를 보더니 저런 면도 있느냐고 가족이 놀라던데요.
신인 탤런트 이하나(24)의 얼굴만 보면 청순함이 뚝뚝 묻어난다. 얘기를 나눠봐도 반듯하고 조심스럽다.
SBS ‘연애시대’에선 어떻게 넉살 좋고 엉뚱한 지호를 연기했을까. 감우성과 손예진, 공형진처럼 쟁쟁한 스타들 사이에서 이하나는 빛이 바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반짝였다.
촬영하면서 사실 어색했어요. 친한 친구들과 있을 때는 지호에 가깝지만 낯을 많이 가리거든요. 많은 분이 자연스럽다고 해주셨지만 연기를 하면서 과연 내가 부끄러움을 버릴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어요.
툭하면 애늙은이 같은 말이나 하고 준표(공형진)가 맘 먹고 프러포즈를 해도 이어폰으로 야구 중계를 들으며 천연덕스레 웃고만 있는 지호가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샀던 건 자연스러움 때문이었다. 코믹했지만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아 일상에 가까웠다.
오디션 때부터 쭉 ‘추리닝’(운동복)만 입었어요.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서 연기가 많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자연스럽고 편한 느낌을 내려고 머리 스타일도 그렇고 옷차림도 그렇고 어떻게 하면 더 ‘꾸질’해보일까 생각했죠.하하
첫 연기를 선보인 드라마라 애착도 가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암에 걸려 수술실로 들어가는 결말이 뜬금없어 시청자들도 의아해했다.
암에 걸리는 설정 얘기를 들었을 때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어요. 인생 사가 예고 없이 닥치기도 하지만 준표와의 사랑이 생각보다 일찍 진전돼서 ‘결혼까지 하는 거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좀 아쉬웠죠. 작가님이 인생에 희비가 교차하는 걸 보여주고 싶으셨던 게 아닌가 싶어요.
사실 지호가 되기 전에 이하나는 노래를 불렀다. 단국대 생활음악과에서 작게나마 공연도 했고 악기를 다루는 친구들에게서 어깨너머로 기타도 배우고 피아노도, 드럼도 배웠다.
그러다 2003년 말 우연히 패션쇼에 섰던 것을 계기로 연예계에 들어섰다. 연기를 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었지만 장래 희망에 꽃집 주인이나 유치원 선생님을 써넣던 이하나에게 기회가 빨리 찾아온 것. 기회는 ‘연애시대’의 지호로 깊은 인상을 남기는 행운으로 이어졌다.
처음엔 손예진을, 그 뒤론 김하늘을 닮았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지만 이제는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이하나라는 이름을 새겨나가기 시작했다.
닮았다는 얘기를 들으면 면목이 없어요. 괜히 누를 끼치는 것 같고… 또 저만의 개성이 없다는 얘기일 수도 있으니까요. 르네 젤위거가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연기한 캐릭터처럼 저도 허술하고 예쁘지도 않고, 우울해도 보고 있으면 금세 기분 좋아지는 연기자였으면 해요.
’연애시대’를 마치고 거리로 나섰다가 사람들이 알아보는 것을 실감했다. 얻은 것도 많지만 잃은 것도 있다는 생각에 조금 혼란스럽지만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다시 생각해 보고 있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생각을 해요. 지나가기 때문에 더 깊이 간직할 것도 있고 덜 고민할 수 있는 것도 있죠. 고마운 건 뼈저리게 느끼고 힘든 일이 있을 땐 덜 힘들 수도 있고요. 지금은 다만 사랑해주시는 걸 감사하게 생각하고 싶어요.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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