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우리는 LA 근교 리버사이드 카운티 산불 현장에서 갑자기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서 덮친 불에 순직한 5명의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9.11테러 당시 뉴욕 쌍둥이 빌딩에서 순직한 343명의 소방관 이후 아마 가장 많은 소방관들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들은 것 같습니다.
한국의 어느 인터넷 신문은 달포 뒤 정년퇴직을 앞둔 57세 된 부산의 한 소방서 부소장께서 가정집 개스 폭발현장에서 사람들을 구하고 본인은 건물이 무너져 숨졌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분은 소방관으로서 2만여차례 출동해 1,050명을 구조하거나 대피시켰고 2,100여명의 환자들에게 응급처치의 도움을 주었다고 합니다. “단 하루도 맘 편히 쉬는 남편 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부인의 안타까운 울먹임이 귓가에 들려옵니다. 정년퇴임하면 아내랑 여행도 하고, 텃밭에서 채소도 키우겠다고 마련한 50여평의 텃밭은 주인을 잃었습니다. 남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불철주야 애쓰는 분들의 수고를 새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사회에 사람들을 위험에서 지키는 역할을 경찰관, 소방관이 한다면, 바다에서 조난 당한 사람들을 살려내는 일은 해양구조대(Coast Guard)가 합니다. 이 해양구조대 중 바다에 뛰어들어 사람들을 직접 구하는 구조대원(rescue swimmer)에 관한 영화가 있습니다. The Guardian(가디언)이란 영화입니다.
케빈 코스트너(Kevin Costner)가 은퇴를 앞둔 베테런 구조대원으로 열연합니다. 이 베테런 구조대원은 조난 현장에서 사람을 구하다가 다쳐서 현장에서 뛰기보다는 구조대원들을 길러내는 훈련학교 책임자 교관으로 일하라는 조언 겸 명령을 듣습니다. 그는 마지막 사고 때 자신은 살아나긴 했지만 함께 일하다가 죽은 동료들에 대한 기억 속에서 괴로워합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통하여 더욱 철저히 그 곳에 훈련받으러 온 사람들을 훈련시킵니다. 그 동안 구조대원 훈련학교가 가르쳐온 것들을 새롭게 바꾸어 가는 모습, 구조대원을 훈련하며 헌신하는 모습들이 참으로 감동적으로 그려졌습니다. 자신의 목숨까지도 위험한 그 죽음의 현장 속으로 뛰어 들어가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와 훈련이 필요한 지를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 영화에 이런 장면이 있습니다. 차가운 물 속에 오래 있을 때 생기는 저체온증에 대한 강의시간이 있었습니다. 시찰을 나왔던 훈련학교 교장은 모든 훈련생이 사라진 교실을 보고 이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교장은 교관과 훈련생 모두가 거대한 목욕통을 얼음물로 채워놓고 그 속에서 기절하기 직전까지 가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미래의 모든 구조대원들에게 저체온증이 어떤 것인지 말로 가르치기보다는 얼음물 속에 같이 들어가서 그 저체온증이 어떤 것인지를 실감케 한 것입니다.
이 영화를 보고 필자는 영적으로 사람들을 살리고 돕는 교회의 지도자로서 부끄러운 생각이 앞섰습니다. 영적 구조대원을 훈련시키는 모습을 해양구조대원의 훈련과 비교하면 참으로 부족하였습니다. 사회나 교회나 좋은 지도자들을 세워서 사람들을 살려 내려고 합니다. 험한 바다 속으로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헬리콥터에서 뛰어내리는 가디언(guardian)들을 많이 길러내고 싶은 마음입니다. ‘나는 선한 목자라 선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거니와’하신 말씀을 되새겨 봅니다.
고 태 형 목사 (선한목자장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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