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교수신문은 2007년 정해년의 사자성어로 ‘반구저기’(反求諸己)를 선정했다고 한다.
맹자 공손추편’에 나오는 글귀로 ‘활을 쏴 적중하지 않아도 나를 이기는 자를 원망하지 않고 돌이켜서 자기에서 찾을 따름이다’에서 나온 뜻이란다. 거두절미하고 쉽게 풀으면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말연시면 어김없이 발표되는 이같은 사자성어는 사회적 현상을 비유하고, 당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민심을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어서 세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마련이다.
예를 하나 더 들자면 교수신문은 2006년을 평가하는 사자성어로 ‘밀운불우(密雲不雨)’를 선정했었다. ‘구름은 잔뜩 끼어 있는데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한국 상황, 특히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답답함과 불편함을 표현했다.
요즘 한인사회에서도 답답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사무실 이전을 놓고 심각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는 LA한인회와 한인동포재단간의 불협화음이 전혀 타협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의 주장이 팽팽하다 보니 타협안 도출은 고사하고, 감정의 골만 깊어져 격한 대화만 오가고 있다.
어느 한 쪽을 편들고 싶은 생각은 없다. 또 서로의 입장과 의견이 있고, 이에 대한 절충점을 마련하기 위해 토론을 벌이는 것이 나쁜 일도 아니다. 난상토론이라도 발전적인 타협을 이끌어 낸다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양측 관계자들이 정도를 지나쳐도 한참 지나쳐 이성을 잃은 것처럼 비쳐지고, 소위 한인사회 지도층이란 자신들이 보여주고 있는 일거수 일투족에 대한 한인들의 차가운 시선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차라리 한인회관 매각이나 양 기관의 존폐가 달린 이슈라면 이해하겠건만, 청소비에 주차료, 사무실 이전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으니 어느 누가 관심을 둘까.
한인회와 동포재단이 이토록 극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 정도로 남남인가. 하드코어로 보면 한 건물에 사는 가족이요, 이웃이다. 어쩌면 어느 단체보다도 많은 대화와 교류가 가능한 관계다.
그런데 지금 양측은 코미디쇼에서나 유행했던 “방 빼” “못 빼”같은 모습을 연출하며 한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이성적인 대화와 양보, 그리고 자기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동포재단은 오랫동안 쌓아 온 경륜을 발휘해야 할 때고, 한인회는 한인사회 대표기관으로서 리더십과 포용력을 보여줘야 한다. 특히 양측 모두 자신들의 기반인 한인사회로부터 외면당하지 않도록 철저한 자기관리와 성숙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마치 한인회가 재단을 장악하겠다는 식이나, 마음에 안들면 한인회를 강제로라도 쫓아 내겠다는 식의 자극적인 언사 대신, 서로의 주장을 경청하고 인내를 갖고 타협안을 만들어 가는 것은 양측의 책임이자 의무다.
새해의 기분이 채 가시지 않은 한인사회가 신명나는 정해년을 꾸며갈 수 있도록 조속한 시일내에 타협을 이뤄내길 기대해 본다.
황성락 사회부장 직무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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