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 장애우 장학복지기금 수상자들의 사연과 꿈
뇌성마비… 척추장애… 근육무력…
몸은 불편해도 선교·학업 꿋꿋이
“고통받는 사람 돕겠다”당찬 포부
20일 열린 2007년 밀알 장애우 장학복지기금 수여식에 참석하기 위해 시카고에서 LA로 날아온 김영훈씨.
서른살이라도 여행으로 들뜬 마음 덕인지 한껏 단장을 했다. 수염까지 길러 멋을 냈다. 주위에서 더 난리다.
“와, 영훈이 목걸이 했네!”
“귀고리도 했잖아.”
“밀알 최고 멋쟁이네.”
칭찬에 마음이 들떴는지 김씨가 마이크를 잡고 본인의 꿈을 말하려 한다. 그런데 급한 마음만큼 혀는 빨리 움직이지 못한다. 선천성 뇌성마비인 탓이다.
<김영훈씨는 목걸이와 귀고리를 해서 한껏 멋을 냈다.>
“윌리엄 레이니 하퍼 칼리지에서 컴퓨터 공부하고 있는데, 졸업하고 돈 많이 벌고 싶어요. 그래서 장애인인 제가 받은 큰 도움을 갚고 싶어요.”
이 한 마디를 하려고 김씨는 온 몸에 잔뜩 힘을 줬다. 말을 마치자 가쁜 숨을 몰아쉰다.
옆에 있던 어머니가“저랑 영훈이 아빠가 한숨을 쉬면 영훈이가‘엄마 아빠, 뭘 걱정해요. 하나님이 다 도와주실 텐데요’라고 오히려 위로합니다”라고 말하자 장내는 웃음꽃이 핀다.
남가주밀알선교단 오렌지카운티 사무실에서 근로복지생으로 일하는 구자혁씨도 “생긴 건 어려 보여도 나이 좀 먹은 구자혁입니다”며 유머 감각을 발휘한다. 뇌성마비라 말은 느리지만 “오늘은 장학금을 받지만 우리 모두 장학금을 주는 사람이 됩시다”고 각오를 다진다.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꿈마저 불편한 건 아니다. 뇌성마비인 조현철씨는 안면과 손 경련도 있지만 풀러신학교에서 목회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세리토스장로교회에서는 복지부 전도사로도 일한다.
“비전이 갈수록 작아지는 것 같아 두렵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라도 교회에 왔을 때 아무런 불편함 없이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교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꿈만큼이나 사랑에 대한 욕구도 강하다. 조씨는 “하나님께서 예쁜 아내를 주셔서 자녀 셋을 얻었습니다. 좋은 아빠, 엄마가 될 수 있도록 기도 많이 해주세요”라고 말한다.
UCLA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는 송현철씨는 장애인인 자신의 사명을 밝힌다. 송씨도 뇌성마비로 인한 언어·청각 장애와 근육무력,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구원을 얻고 나면 주님께서 주신 일이 있습니다. 장애는 있더라도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해 헌신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저를 통해 영광을 받으실 것입니다.”
아내와 사이에 자녀 한 명을 둔 송씨 역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며 평범한 가장의 꿈을 보였다.
육체 장애가 꿈의 크기를 제한하지는 않나 보다. 김해영(42)씨는 유아 때 사고를 당해 척추장애가 있다. 초등학생 정도 키다.
그러나 아프리카 보츠나와에서 14년 동안 자신이 돈을 벌면서 선교를 해왔다. 뉴욕 나약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공부가 끝나면 다시 보츠나와로 돌아가 사회교육 개발에 헌신할 계획이다.
“이번에 갈 때는 절대 혼자 안 갈 겁니다. 누구라도 하나 데려 가야죠.(웃음)”
근육무력증을‘품고’사는 배형기씨는“지금껏 나 같은 사람에게 무슨 재능이 있겠나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우연히 그림 재능을 발견하고 지금은 얼마나 열심히 하는 지 몰라요”라고 장애인의 재능 발휘를 격려했다.
텍사스 오스틴에서 온 박근석군(웨스트우드 하이스쿨·강직성마비)은 “오스틴 대학에 합격한 다음 엔지니어가 되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쓸 수 있는 기구를 꼭 만들겠다”는 꿈을 펼쳤다.
<조현철씨(왼쪽)는 “뇌성마비 장애인은 마이크 앨러지가 있다”면서도 행복한 가정을 만들겠다는 꿈을 밝힌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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