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무슨 일로 타운의 한 샤핑몰을 찾은 일이 있다. 본보에 매주 연재했던 ‘타운 샤핑몰을 가다’ 시리즈를 통해 기자가 약 9개월 전 소개했던 곳이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건물을 향해 돌아서는 순간 눈을 의심했다. 작게나마 경기 진작에 도움을 주고자 취재할 당시 있었던 업소 17개의 간판들이 크게 달라져 있었던 것이다.
찬찬히 살펴보니, 기사에 등장했던 업소 중 살아남은 곳은 절반 가량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절반은 간판을 바꿔달았다. 일본라면 식당이 월남국수 식당으로, 의류점이 건강식품 업소로, 기프트샵이 화장품 가게로…. 역사 속에 묻힌 가게들은 거의 오너들도 바통 터치를 했다. 물론 다수는 장사가 신통치 않아서 판 경우였다. 예전대로인 곳은 50년 한 우물 업주가 운영하는 보석상, 건물주가 하는 병원, 데이스파, 미용실, 여성전용 찜질방 등이다.
‘내 놀던 옛 동산에 오늘 와 다시 서니, 산천 의구란 말 옛 시인의 허사로고…’ 라는 노랫말이 절로 떠올랐다. 물론 가사는 어른이 되어 유년기의 고향으로 돌아온 시인의 자연의 변화에 대한 감회이고, 기자가 놀란 것은 짧은 시간에 많은 업소들이 사라졌음을 본 까닭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아무튼 큰 충격이었다.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한 생업 현장의 냉혹한 현실, 가슴이 답답해졌다. 평소 올림픽가를 차로 지나면서 대로변에 즐비한 업소들을 보며 했던 ‘다들 어떻게 먹고살까’ 하는 막연한 걱정이 실체로 다가왔다.
몇 년 전 한국의 한 월간지가 40년 전 한국의 100대 기업 중 경쟁을 이기고 살아남은 곳은 단 12개 뿐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일이 있다. 생존율이 12%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미국에는 스몰 비즈니스의 80% 가량은 창업 5년 안에 실패로 끝난다는 말이 있다. 종업원을 두고 하는 새 비즈니스의 약 절반은 수명이 4년 이내라는 통계도 있다. 물론 이를 입증할 증거가 확고하지 않고 자료마다 수치도 제각각이지만, ‘비즈니스로 밥 먹고 사는 일이 절대 녹록치 않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이같은 현실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이를 돌파할 수 있는 길이 별로 안 보인다는 것이다. 한인 업주들은 대부분 비즈니스 플랜을 세워 창업하는 과정부터 마케팅, 고객관리 등 운영에 이르기까지 ‘첩첩 문제’ 속에 갇혀 있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나중은 창대하기를 꿈꾸었던 많은 이들이 결국 주먹구구식으로 장사하다 탄식 속에 포기하고 만다.
중소기업협회가 요식업 세미나를 두 번 개최했으며, 다른 단체들도 창업과 관련한 기본사항을 알려주는 경영교실을 드문드문 마련하고는 있다. 하지만 횟수와 정보의 양과 질을 보면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때문에 종종 피와 땀과 눈물의 결정인 전 재산을 투자, 사업을 시작하는 한인 업주들의 정보에 대한 목마름은 깊기만 하다.
누가 이들을 위해 우물을 팔 것인가. 성공 노하우를 나눠줄 수 있는, 타운 경제단체들의 피부에 닿아오는 활동이 시급하다.
얼마 전 본보 경제섹션은 한 우물을 파는 전통의 업소들을 소개함으로써 비즈니스 측면에서 한인 이민역사를 되짚어 보는 ‘외길 30년’ 시리즈를 시작했다. 부디, 업주들이 꼭 필요한 비즈니스 생존전략을 배울 수 있는 통로가 많아져 훗날 이 시리즈에 이름을 올리는 ‘한인 앙트러프러너’들이 많아지기를 기원해 본다.
<김장섭> 경제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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