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문턱을 낮추면 모두에게 득이 될 것입니다”
2년전 4월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 개성과 판문점을 돌아본 뒤 평양으로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북측 관리와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소재는 미주한인들의 북한방문이었고, 자연스럽게 미주 한인사회의 위상과 경제력 등이 거론됐다. 유연한 성격과 친절함이 기억에 남는 이 관리는 오랫동안 해외 한인들을 접해 온 탓인지 나름대로 세련된 자세를 잃지 않았다.
대화의 주된 내용은 방문절차를 간소화 시키고, 경비부담도 줄여 가급적 많은 미주 한인들이 북한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사람의 때가 덜 탄 뛰어난 자연관광 자원들은 상당히 매력적인 관광상품이 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교류를 점진적으로 늘려갈 경우 북한은 적지 않은 관광수입을 올리는 것은 물론 대외 이미지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이를 가만히 듣고 있던 관리는 원론에는 동조하면서도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당시에는 북핵 문제로 북미간 긴장감 넘치는 첨예한 대립이 진행중이었던 탓에 그의 주장에 토를 달았다가 괜히 논란의 소지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반론을 제기하지는 않았다.
대신 상호 국익차원에서 현재의 불편한 관계가 어느 시점 반전될 것이고, 이같은 상황변화는 결국 양쪽이 모두 원하는 것이 될 것이란 나름대로의 긍정적인 전망으로 대신했던 적이 있다.
이번주 외신들이 전하는 북미관계를 보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변모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특히 외교수립의 전 단계인 연락사무소 개설 희망을 북측 인사가 공개적으로 표현한 것은 최근 끝난 북미간 관계정상화 회담에서 외교관계 수립 필요성에 대해 양측이 공감대를 이뤘다는 섣부른 판단까지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북은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에서 벗어나 경제를 부흥시켜야 하는 긴박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서방국가들의 맏형 노릇을 하고 있는 미국의 지원이 중요하고, 미국은 날로 팽창하는 중국의 영향력에 맞서 견제와 완충역할을 할 수 있는 북한의 존재를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북미관계의 변화속에서 LA민주평통이 두 번째 방북사업을 추진중이다. 더욱이 올해는 이산가족 상봉단까지 조직, 최대 15명이 반세기 넘게 생사를 알 수 없었던 가족을 찾아 나선다.
아직 확정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일단 북측이 평통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자체만으로도 고무적인 일이다. 또 그동안 미국내 대북 민간창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동포연합이 자신들을 거치지 않은 방북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지원의사를 밝힌 것 역시 반가운 현상이다.
잦은 만남은 이해의 폭을 넓히는 지름길이다. 여기에 오랫동안 이산의 아픔을 가슴속에 간직해 온 실향민들의 평생소원을 성취시켜 주는 데는 조건이 있을 수 없다.
평통의 이번 방북사업이 변모하는 북미관계의 또다른 성공사례가 될 수 있도록 한인사회와 북한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그래서 주요 관광지로 향하는 북한내 고속도로가 현재보다 더욱 붐벼야 한다. 혹시라도 이 사업이 무산된다면 가슴 아파하고, 실망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황성락 사회부장 직무대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