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사 신임 주지 범휴 스님
세도나서 토굴승 수행 중
신도 권유로 세상으로 나와
“끝없는 정진과 베풂의 삶을”
내달6일 취임식·축하공연
“부처님의 순수한 가르침을 전하는데 주력하겠습니다.”
범휴 신임 관음사 주지 스님은 취임 각오를 이렇게 정리했다. 불자 스스로에게는 수행을 통한 자기 정진을, 세상에는 자비심을 설파한 부처의 양대 지침을 전하는 게 자신의 사명이라고 말한다.
“불자는 몸과 마음을 집중해서 주변 관계에 깨어있어야 합니다. 모든 상황을 잘 알아차려야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거기에 자기 정진의 목적이 있지요. 또한 세상 사람에게는 끝없이 친절해야 합니다. 세상 속에서 나는 끝없이 관계를 맺는 존재이기 때문이죠. 베풂을 통해 관계가 잘 유지되는 거죠.”
범휴 스님은 ‘선수행, 후포교’를 중시한다고 한다. 그래서 지난해 8월 북가주에 위치한 삼보사의 주지도 그만 뒀다. 개인 수행을 하기 위해서였다. 땅기운이 센 세도나에서 토굴승으로 살았지만, 관음사 신도가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권오인 이사장을 포함한 여러 신도들이 세도나까지 찾아온 성의에 범휴 스님은 다시 세상으로 나왔다고 한다.
“관음사는 미국에서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사찰입니다. 전임 도안 스님께서도 너무 큰 역할을 수행하셨기 때문에 제가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입니다. 그러나 신도들과 상의해서 미국에 부처님 불교를 잘 정착시키는 문제를 풀어가겠습니다.”
범휴 스님은 카투사로 군 복무하던 1979년 방을 함께 쓰던 동기를 통해 청화 큰스님을 만났다고 한다. 그 동기는 출가한 스님이었다. 제대 한달 전인 그해 12월 청화 큰스님이 묵언정진하던 월출산 견성암을 찾았다. 그 추운 산중에서 온기도 전혀 없는 방에서 꼿꼿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는 큰스님에게서 무엇인가를 느꼈다고 한다.
그 이듬해 제대한 뒤 5·18광주민주화운동이 있었다. 광주에서 이를 목격한 범휴 스님은 운명과 의지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몇 달간 고뇌의 밤을 지새던 범휴 스님은 다시 청화 큰스님을 찾았다. 묵언정진을 끝낸 큰스님은 “강은 흐른다. 강물을 가르며 노를 저어 이 둑에서 저 둑으로 건너라”고 한마디를 던졌다.
“그 말씀을 듣고 운명과 의지가 결코 나눠진 게 아니라는 걸 단번에 깨달았어요. 흐르는 강이 운명이라면 노를 젓는 건 의지죠. 노를 열정적으로 저으면 강물에 많이 떠밀리지 않고 직선으로 강을 건널 수 있겠죠. 의지가 약하면 아래쪽으로 떠내려간 뒤 건너편 둑에 닿을 것이고요.”
그런 다음 곡성 태안사로 들어가 3년 결사를 시작했다. 1986년 수계를 받은 뒤에는 여러 절을 다니며 선을 닦았다. 2001년에는 은사인 용타 스님이 주지로 있던 삼보사로 하안거를 왔다, 미국에 발을 들여놓았다.
한편 범휴 스님의 취임식과 축하공연은 5월6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이에 앞서 오전 11시부터는 범휴 스님의 법회가 예정돼 있다. 장소 4279 W. 3rd St., LA. 문의 (213)382-3302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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