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의 도가 마음에 있듯
내 안에서 하느님 찾아야”
“절대 진리가 없어진 혼탁한 시대에 나왔던 노자·장자의 도 사상이 현대인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큽니다.”
임금자 알퐁소 수녀가 워싱턴 DC의 아메리카 가톨릭 대학에서 교환교수로 머물며 4년간 집필한 ‘TAO’(도)가 발간됐다. ‘The Infinite Being in the Human Mind’(인간 마음 속 무한자)가 부제로 붙은 영문 책이다.
임 수녀는 수원 가톨릭대학에서 동양철학을 가르친 교수다. 대만에서 박사 학위도 노장 사상으로 받았다. 유일신 하느님을 믿는 천주교 수녀가 종교의 하나인 도교를 연구하는 게 특이해 보인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도가(Taoism)사상의 정수인 노자·장자의 영성을 종교가 아닌 철학 관점에서 보기 위해 책을 썼어요. 특히 서양은 아시안 사상이 더 필요하다고 믿기에 영문으로 책을 썼어요.”
임 수녀는 미국에 머무는 동안 모든 도서관 자료를 다 뒤졌다고 한다. 도가 사상을 미국인이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도가 사상이 신비주의나 건강법으로 지나치게 쏠려있었다. 미국인이 편견을 갖기 쉬운 것이다.
임 수녀는 노장 사상이 탄생된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절대 하늘을 믿던 주 나라가 무너지면서 춘추전국시대가 찾아왔다. 곳곳에서 능력자가 배출되며 혼란의 시대가 이어졌다. 절대적 가치 기준이 붕괴되면서 상대주의가 급부상했다. 여기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 노장 사상이다.
“노장은 인간 위주의 사고 방식인 인문주의가 오히려 인간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말했죠. 도란 인간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절대적인 것이라고 봤어요. 그리고 그 도는 인간의 마음에 있다고 강조했어요. 노장은 인간이 얼마나 존재가치를 높이고 사냐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어요.”
그러기에 도는 우주만물을 만들고 만물을 구원하는 존재이고, 무한하다는 점에서 가톨릭에서 믿는 절대자 하느님과 공통점을 갖는다. 임 수녀는 “현대도 절대 가치가 흔들리고 있기에 노장 사상이 퍼졌던 당시와 비슷하다”며 “노장 사상이 지금도 유용한 것은 그런 맥락에서다”고 말한다.
임 수녀는 물론 자신의 신분을 잊지는 않는다. 노장 사상을 공부하는 것은 철학에서 멈춘다.
“도는 절대적 존재로 인격이 없어요.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절대적 존재이면서 인격적 존재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 대화를 할 수 있죠. 하지만 우주 만물 어디에도 존재하는 도는 인간 안에도 있지요. 그렇기에 도는 종교 대상과는 다르죠.”
노장의 도는 그럼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 도가 마음에 들었듯 하느님도 밖이 아니라 내 안에서 찾아야 한다는 걸 가르쳐 준다고 임 수녀는 말한다.
“현대인은 하느님을 나 아닌 다른 곳에서 찾는다. 그러나 자신을 성찰하고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일 때 진정한 자기 존재 의미를 깨닫게 된다. 그러면 우리 삶의 방향과 가치관이 변한다. 권세, 명예, 돈이 과연 진정한 가치를 갖고 있는지 잘 생각해 봐야 합니다.”
30년 넘게 수녀로 살면서 절대자 하느님을 연구해온 임 수녀가 지은 신간 ‘TAO’는 아마존닷컴, 보더스, 반즈앤노블 등에서 살 수 있다. 가격 18.99달러. 문의 alfonsa @hanmail.net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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