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국제적인 아동구호기구 ‘월드비전’에서 활동하다 세상을 떠난 조나단 심씨가 생전에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 놓았던 ‘아빠의 편지’에 세인의 이목이 집중됐다.
기아에 시달리는 아프리카에서 인류 최악의 자연재해였던 인도네시아의 쓰나미 피해지역을 누비며 구호활동을 펼쳤던 그가 9.11테러 이후 자신에게 닥쳐올 수 있는 ‘만약의 상황’을 가정해만들었던 이 비디오는 어느 순간 아이들을 향한 유언이 돼,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만들었다.
아이들에게 사랑과 희망, 그리고 용기의 메시지를 전하며 눈물을 글썽이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다 보니 어느새 내 눈가에도 이슬이 맺혔다.
“나도 언젠가 아내와 아이들과 이별할 날이 있을텐데...”라는 착잡한 심경은 “내가 가족들을 위해 그동안 무엇을 했나?”란 자문으로 이어졌다.
매일 “바쁘다”는 이유로 집안일과 아이들은 아내에게 떠넘기고, 두 딸이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담임선생님의 성명은 무엇인지 조차 제대로 몰랐던 나의 무관심에 내 자신이 놀랄 정도였다. ‘부족해도 한참 부족한 아빠’란 자책도 뒤따랐다.
‘가정의 달’ 5월속에서 일년전 한인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줬던 ‘잔인했던 4월’을 잊을 수 없다.
가정불화로 어린 남매를 차에 밀어 넣고 불을 질러 살해한 비정의 아버지, 생활고에 지쳐 부인과 아들, 딸에게 총격을 가한 아버지, 역시 가정불화로 이혼한 뒤 자신의 집에 놀러온 5세 친딸을 총격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버지.
공교롭게도 가해자가 모두 가장이란 점이 눈에 띄지만, 이민가정이 안고 있던 복합적인 요인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이었다. 그리고 한인사회는 불과 일주일 사이에 잇달아 벌어진 한인가정들의 잇단 파멸에 경악하면서, 다양한 원인분석과 대책을 내놓았다.
일년이 지난 지금 얼마나 변했을까.
일선 전문상담기관들에 따르면 여전히 부부갈등, 자녀와 부모와의 대화 부족 등 고질적인 문제들에서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화와 관습, 인종을 떠나 어느 가정에서나 흔히 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미리 방지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그같은 비극이 재발할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항상 사고의 시작은 작은 원인이며, 이를 방치하거나 무관심했던 것이 결국 엄청난 결과를 불러온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조나단 심씨가 남긴 비디오 테입이 더욱 값지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비록 짧은 메시지지만 그의 자녀들에게는 정말 소중한 아빠와의 영원한 대화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며칠전 한 한인 우체부가 “보낸 사람과 받는 사람의 주소가 없는데 내용이 따뜻해 보내드린다”며 편지 한통을 보내왔다.
그 안에는 한 엄마가 일곱 살 생일을 맞은 어린 아들에게 보내는 또 다른 편지가 들어 있었다.
연필로 쓴 편지에는 “네가 태어날 때 엄마는 무척 힘이 들고 아팠지만 작고 예쁜 손과 발을 봤을 때 네가 엄마의 아들이란게 너무 고맙고 행복했단다. 항상 마음속에 착한 천사를 품고 살았으면 좋겠다”며 엄마의 사랑이 듬뿍 담겨 있었다.
가정의 달. 지금이라도 가족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를 전하면 어떨까.
황성락 사회부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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