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하더니 또 인수합병설이다.
이번엔 한국계 은행이 주인공이다. 미국에 진출한 한 대형은행의 행장이 최근 LA를 방문했는데 주요 한인은행 행장들과 합병 등을 논의하는 ‘독대’를 했다는 것이다. 그 이후 이 은행의 ‘실사단’이 미국을 찾아 본격적인 합병 작업에 나섰다는 내용이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합병설’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취재에 나서는 중에 미국에서 영업 중인 또 다른 한국계 은행 고위층의 다급한 전화가 왔다.
“한국 본사에서 그 은행의 합병 추진 움직임을 감지했다고 합니다. 금감원과 교감도 있었다는데…. 상황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아시는 내용 없습니까? 오더는 받았는데 레이더에 걸리는 것은 없으니 답답하네요.”
이쯤 되니 긴가민가하던 ‘합병설’은 기정사실 쪽으로 급반전됐다. 하지만 구체적이고 뚜렷한 정황은 포착되지 않는다. 인수합병 목적도 불투명해 보인다. 해당 은행 관계자는 ‘사실무근’이라며 입에 자물쇠를 채우고 있으니 아직까지는 ‘설’에 머물러 있다.
이보다 앞서 터진 것은 타주와 캘리포니아 한인은행간 합병설이다. 우선 지주회사를 합치고 양 은행의 상호와 영업망은 일정 기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협상안까지 담았다. ‘조만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고까지 했다. 어느 덧 2달이 지났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캘리포니아의 합병 대상 은행은 감독국의 제재까지 받은 상태니 합병까지의 노정은 멀고도 험해 보인다.
은행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합병설’이 갈수록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지는 느낌이다. 워낙 자주 터져 나오는 데다 실제 협상이 진행된다고 해도 ‘무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몇 년전 한미와 중앙이 합병 계약에 서명까지 하고도 ‘없었던 일’로 되돌린 것은 극명한 사례다. 또 실체가 없거나 단순한 루머가 확대 재생산되는 경우도 꽤 된다. 오죽하면 지난해에는 모 한인은행이 대형 은행들을 대상으로 은밀히 자사 매각을 통한 합병 의사를 타진해왔다는 설까지 나돌았을까.
그렇다면 한인은행 간의 합병은 ‘선택’일까 ‘필수’일까? 입장에 따라, 규모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소위 빅4로 불리는 대형은행의 경우 ‘꼭 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이들 은행의 경우 성장 정체기에 진입한 것은 분명하다. 영업환경이 악화된 데다 상대적으로 대출 포트폴리오가 다양하지 않고 지역적 한계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코스트는 갈수록 치솟아 생산성은 약화되고 있다. 합병을 통한 돌파구가 절실하다는 ‘모티베이션’은 충분하다.
주요 은행의 행장들과 이사진들의 입에선 ‘거침없이 M&A’라는 말이 튀어 나온다. 합병 당위성에 대해서는 수긍하는 분위기다. 한 행장은 몇 년내 대형은행 중 몇 곳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한인경제 규모로 볼 때도 ‘커뮤니티 뱅크’ 를 벗어나 ‘리저널 뱅크’가 필요한 시점이다. 좁아터진 한인시장만을 두고 벌이는 제살깎기 경쟁은 탈피해야 한다.
문제는 멀고 험한 합병 과정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헤쳐 가느냐다.‘합병’에 대한 교감이 있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빅딜’을 모색해야 한다. 각 은행들 이사회 내부의 헤게모니 싸움 가능성을 어떻게 차단할 것인가와 합병 이후의 전략도 충분히, 정확히 검토해야 한다.
“한인은행사에서 합병다운 합병은 한미와 퍼시픽유니온이 유일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한 은행 관계자의 예측이 얼마나 정확할 지 궁금하다. 50억대 한인은행은 과연 탄생할 것인가?
이해광 경제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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