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 하나 분실했다는 이유로 한인 세탁업주에게 5,400만달러의 손해 배상을 요구한 희대의 재판이 12일 워싱턴 DC 지방법원에서 열렸다.
DC 노스이스트 지역에서 ‘커스텀 클리너스(Bladensburg Rd.)’를 운영하는 정진남씨 부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로이 피어슨씨는 이날 재판에서 “2005년 5월에 맡긴 양복을 커스텀 클리너스가 분실했을 뿐 아니라 ‘만족 보장(Satis faction Guaranteed)’, 일일 서비스(Sameday Service)’라는 고객과의 약속을 어겼다”며 “이 같은 행위는 사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DC 행정판사 재임용을 기다리고 있는 피어슨씨는 그러나 바지 분실은 이번 소송의 핵심이 아니라며 정씨 부부에게 소송 항목에서 제외시켰다.
스스로를 변론한 피어슨씨는 자신의 아들을 포함 다수의 증인들을 출석시켜 상상하기 어려운 거액을 요구할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가끔 눈물까지 보이며 자신도 이번 소송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애쓰기도 했다.
반면 재판이 끝난 후 정씨의 변론을 맡은 크리스 매닝 변호사는 “정씨 부부는 터무니 없는 소송 때문에 큰 고통을 겪었으며 피해자는 피어슨이 아니라 이들임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매닝 변호사는 피어슨이 맡겼던 양복을 다시 기자들에게 보여주면서 “이렇게 증거물이 남아있는데도 피어슨이 엉뚱한 주장을 하고 있다”며 “그도 소송 때문에 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는지 모르지만 피해를 당한 사람은 정씨 부부”라고 반박했다.
재판은 13일 같은 장소에서 다시 속개되며 정씨 부부의 증인들이 출석, 피어슨의 주장에 대한 반론을 편다. 전문가들은 빠르면 이날 중에 판결이 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독일 등 유럽 언론까지 관심을 가진 특별한 재판을 취재하기 위해 몰려든 언론들은 재판정의 거의 반을 채운 채 주의 깊게 공방을 지켜봤으며 법원 밖에도 대부분의 지역 방송 기자들이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또 부당 소송을 개혁하자는 취지로 활동하는 단체인 ‘ATRA(American Tort Reform Association)’, 소규모 자영 사업자 권익옹호 단체 ‘NFIB(National Federation Independent Business)’ 등 인권단체들도 재판을 방청하는 사람들에게 이번 소송이 한 개인 소규모 사업자에게만 해당되지 않는 중요한 사안임을 알리고자 힘썼다.
ATRA의 대런 맥키니 홍보 디렉터는 “누가 봐도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라며 “피어슨이 자신이 소비자들의 권익을 지키는 검찰인 듯 행세하며 정씨 부부를 사기범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맹비난 했다. 그러나 맥키니씨는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루디스 바노프 재판장의 태도를 봐선 정씨 부부에게 어느 정도 피해 보상을 하도록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소를 당했을 때 대응할 재정적, 법률적 능력이 없는 소규모 사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소비자 보호법 개정을 주장하고 있는 ATRA는 이번 사건이 불합리한 규정의 심각성을 홍보하는 좋은 케이스라고 보고 정씨 부부를 돕고 있다.
재판에는 이번 일을 위해 대책위원회(김성찬 위원장)를 구성한 워싱턴한인연합세탁협 관계자들과 김인억 한인연합회장 등 다수의 한인들이 참석해 정씨 부부와 함께 출석한 가족들을 성원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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