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위치에 있는 ‘반스 앤 노블’을 종종 찾는다. 대부분 아이들과 함께이다.
그 책방을 즐겨 가는 이유는 유안진의 수필에 나오는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 같은 편안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커피샵이 함께 있는 서점에서 책에 빠져 두어 시간을 보내노라면 ‘행복 바이러스’가 몸 안에 도는 것도 같다.
이런 생각을 하다 한인타운의 현실을 보면 답답하다. 누가 보기에도 ‘경제특구’인양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지역이다. 장사는 안 된다는데 한국에서 들어온 자금의 영향인지 상권이 계속 성장하고 있고, 좀 과장해 말하면 자고 나면 새 콘도가 선다. 한 마디로 ‘거침없는 급팽창’이다.
하지만 제대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은 거의 없다. 아무리 생존이 최우선인 이민사회라지만, 너무 기형적인 모습이다. 쉼표 없는 악보처럼 숨막힌다.
몇 몇 서점들이 있지만 휴식하며 여유 있게 책을 볼 수 있는 쉼터를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한인 서점업계가 불황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책 팔아 돈 벌기 힘든 것이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지만 얼마 전 만난 업계 사람은 “세금보고 시즌을 앞두고 몇 달간 안 좋았는데 그 후에도 별로 나아지지 않는다”며 울상이다. 고유가와 약달러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데다 소비자들마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으니 이해가 간다. 약 3년 전 한 업체가 타운 중심에 5,500스퀘어피트 규모의 대형 서점을 오픈, 북카페 스타일로 운영하겠다는 야심을 품기도 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힘들다고 언제까지나 주저앉아 탄식하고 있을 수는 없는 법. 이제 서점업계도 기존 마케팅 방식에만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면 어떨까. 매장 한 켠에 무료 커피도 준비해 놓고 북클럽을 만들도록 장려해 책을 할인가에 공급하는 한편 독후감 경연대회 같은 것도 개최하면 어떨까. 아이들이 죽고 못 사는 아이팟 같은 것도 몇 개 상품으로 내 걸고. 장사에도 도움이 되고 이민 문화에도 청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될 것이다.
베스트셀러 서적을 함께 취급하는 비디오 샵 같은 ‘유쾌한 반란’은 어떨까.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는 것이 어찌 ‘짬짜면’과 ‘비물냉면’ 뿐이랴.
직장인들도 만만하지 않은 책값에 고민하지만 말고 동료들과 북클럽을 만들어 보자. ‘북세통’(Book世通)! 책은 세상으로 연결되는 통로다. 책 속에 길이 있다. 쉼 없는 성장과 자기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오솔길이 그곳에는 있다. 요즘 돌림병처럼 번지고 있는 ‘디지털 치매’를 예방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한국일보 편집국의 경우 ‘한빛 독서클럽’이라는 모임이 있어 매달 한두 권씩 원하는 책을 신청할 수 있다. 남들이 좋아하는 다른 취향의 책들을 공유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직장마다 품앗이 식으로 돈을 모은다면 혼자일 때보다 더 많은 책을 볼 수 있다.
어느새 한 여름이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벌써 우리를 한 해의 중턱에 데려다 놓았다.
저마다 휴가를 통해 분주한 일상에 잠시 쉼표를 찍는 시즌. ‘빌려온 비디오를 이제 다 못 보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를 노래하는 ‘비디오 보는 밤’을 잠시 접자. 이민사회엔 안 보는 것이 드물 정도로 비디오물이 넘친다. 일부 사람들은 비디오 시청을 통해 아예 실시간 한국을 살아갈 정도로 고수급이다. 이민살이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순기능이 있지만, 지나친 시청은 해가 될 수 있다.
‘Summer Reading이란 말도 있듯, 한국과는 달리 미국은 여름이 독서의 계절이다. 올 여름에는 ‘내 고장 7월은 사색이 익어가는 시절’을 꿈꾸며 자녀들과 함께 빠져보자. 독서 삼매경에 풍덩!
김장섭 특집1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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