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한 ‘남북관계발전 평화번영선언’의 내용이 4일 알려지면서 워싱턴 한인사회에서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장정에서 진일보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또 일부 미흡한 점은 있지만 서울과 평양에서 열릴 총리급 회담과 국방장관 회담에서 합의내용이 더욱 실천적으로 진전되길 바란다는 뜻도 덧붙였다.
이용진 민주평통 회장은 “미국과 북한이 대화로 정책의 큰 방향을 튼 세계정세 속에서 열린 이번 회담에서 남북은 우리 민족의 문제를 놓고 6.15 선언보다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성과물을 내놓았다”고 높게 평가했다.
이 회장은 “이번 성과는 김대중 대통령 이래 지난 10년간 한국의 지도자들이 일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족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와 꾸준한 노력의 산물”이라며 “합의내용은 남북 당사자는 물론 일본과 미국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억 워싱턴한인연합회장도 “국군 포로와 납북자 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점은 아쉽지만 양 정상이 허심탄회하게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군사, 경제적 실질적 방안을 마련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고 반겼다.
김 회장은 이어 “남북은 이번 성과에 만족하기보다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진일보한 조치를 내놓기를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이문항 전 주한 유엔군 사령관 특별고문은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성과로 해주를 포함한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 설치를 꼽았다.
그는 “그동안 논란이 돼온 NLL 문제에서 남한이 공해지역에서 북한을 봉쇄하는 조치는 사실상 정전협정 위반”이라며 “이번에 북의 군사기지가 있는 해주 직항로를 남한의 민간선박이 통과하고 평화수역을 설정하며 경제특구를 두기로 한 것 등은 긴장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고문은 이어 “회담의 성과보다 양 정상의 만남과 최소한도의 논의 자체가 긴장고조를 막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양 정상의 합의로 향후 국방장관 등 각 실무 책임자들의 대화와 합의가 한결 쉬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필규 메릴랜드대 정치학과 교수는 핵시설 불능화에 대한 구체적 합의가 미흡했던 점을 아쉬움으로 들었지만 백두산 직항로 개설과 한반도 종전선언 관련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 추진합의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김 교수는 “백두산 직항로가 열린다면 남북간 평화체제 정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3-4자국 정상회담은 평화체제 전환에 있어 남북이 주도하고 주변강국이 협조하는 올바른 길을 택한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했다.
그는 그러나 “지난 역사에서 문제는 실천”이라며 “합의내용 보다 이의 준수여부를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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